[한스경제 김재현]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거절하면서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구조조정에 돌입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4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이후 약 3년만에 구조조정 국면을 맞게 됐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주)가 제시한 자구계획은 실효성 및 이행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당면한 경영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날 오후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결권 기준 75% 이상 동의해야 자구안이 통과된다. 주주협의회 8개 금융회사 중 우리은행(33.7%)와 산업은행(32.2%)이 의결권이 가장 많다. 산업은행이 수용 불가입장을 밝히면 자구안 수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자구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론 짓고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추진키로 합의도출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자구안의 실효성과 이행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당면한 경영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산은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2일 유상증자, 중국 공장 3곳 매각 등 73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사모펀드 방식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중국 공장 인적분할 후 지분 70% 매각 ▲대우건설 보유지분 4.4% 매각 ▲인건비 감축 방안 등이 담겨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유상증자(2,000억원) 외에 중국 공장 매각 등 유동성 문제 해결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자구안을 재 작성하라고 돌려보냈다. 업계에서는 중국 공장 3곳(난징·톈진·창춘)의 매각 가능성에 따라 채권단의 자구안 수요 여부가 판가름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 산업은행에 따르면,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조기에 정상화돼 지역경제 안정과 일자리 유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으로 유지·발전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모든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향후 금호타이어 정상화 추진에 어떠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현 경영진과 함께 경영에서 즉시 퇴진하는 한편 우선매수권도 포기했다.

금호아시아그룹은 향후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추진과정에서 상표권 문제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영구사용권 허용 등의 방법을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빠른 시일 내에 채권단 협의회를 소집해 자율협약에 의한 정상화 추진방안과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채권단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순수한 자율협약이기에 채권단의 100% 동의가 필요하다. 자율협약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제도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사전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조정인만큼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차입금 상환 기일, 운전자금 부족, 긴급 자금 규모 등을 취합해 구체적인 추가 지원금 규모 등을 파악할 것"이라며 "실사만 해도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 하에 금호타이어가 조기에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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