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자동차 업계에 디자인 한류가 몰아친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맹활약하는 가운데, 이름난 디자이너들이 한국행에 한창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는 1,400명에 달한다.

볼보자동차 이정현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순수 한국인으로, 뉴 XC60 외관을 만든 장본인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국내 현대·기아차나 쌍용차뿐 아니라, 르노-닛산, GM을 비롯해 폭스바겐, 포드, 볼보,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소속 브랜드도 다양하다.

26일 볼보자동차가 출시한 신형 XC60도 한국인인 이정현 디자이너 주도로 개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XC60은 유럽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모델이다.

한국인 디자이너의 손길이 깃들어있지만, XC60은 천연 우드 트림, 스웨덴 국기 문양 대시보드, 그리고 볼보의 패밀리룩인 ‘토르의 망치’까지 스웨디시 감성을 가득 담았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한국인인 이문정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관심을 받은 아우디의 콘셉트카 아이콘. 아우디코리아 제공

최근 막을 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아우디 부스에서도 한국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콘셉트카인 아이콘(AICON)을 만든 이문정 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작년 4월 입사 후 첫 작품으로 아우디의 미래를 디자인한 이 디자이너에 호평이 잇따랐다.

주행거리 383km로 올해 자동차 업계 판도를 바꾼 볼트 EV도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에서 나왔다. 조상연 디자인 담당 상무의 주도하에 개발된 자타공인 '메이드 인 코리아'다. 

그 밖에 포드·링컨 등 미국 브랜드에도 한국인 디자이너가 여럿 활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기업에도 많은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미국 기업 분위기상 작업을 팀 중심으로 진행하는 데다가, 디자이너 개인을 부각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서 한국인의 활약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V80 디자인의 주역들.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채프먼 현대자동차 미국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피터슈라이어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담당 사장,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한스라핀 미국제네시스 디자인 디렉터, 존 크레테스키 미국제네시스 수석 디자이너. 제네시스 제공

물론 역량을 인정받아 스타로 거듭난 디자이너도 존재한다. 쉐보레 카마로와 콜벳 등을 디자인했던 이상엽 현 현대차 상무다. 이 상무는 1999년 GM에 입사해 벤틀리를 거쳐 현대자동차로 돌아왔다.

성주완 르노디자인 아시아 부장도 세계에 이름을 떨친 한국인 디자이너 중 하나다. 성 부장의 작품은 바로 SM6와 QM6다. 해외명으로는 탈리스만과 꼴레오스로, 글로벌 르노의 주력 E세그먼트 세단·SUV다. 르노그룹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만들어낸 인물인 셈이다.

전기차 대중화의 길을 개척한 쉐보레 볼트 EV. 한국지엠 디자인센터에서 개발된 한국산이다. 한국지엠 제공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세계 자동차 업계를 주도하면서, 반대로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한국을 찾는 일도 크게 늘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대표적이다. 아우디 TT, A6, 폭스바겐 골프 등 세계적인 명차를 디자인한 피터 사장은, 2006년 기아차에 둥지를 틀고 K시리즈를 개발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디자인까지 총괄하면서, 그랜저, 스팅어, 제네시스 G80등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2015년 벤틀리 출신 루크 동커볼케 전무, 2017년에는 폭스바겐 중국 출신 사이먼 로스비 상무와 BMW M을 만든 피에르 르클레어 기아스타일담당 상무 등을 영입했다. 앞으로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과 N시리즈 등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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