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착실한 3년 준비 'GS', 막대한 자금 동원 뒷심 발휘 '현대' 조합원 마음 “나도 몰라”

[한스경제 최형호] ‘건국 이래’ 역대급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강남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의 시공사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6일 건설업계 따르면 이 사업은 공사비만 2조6400억원에 달하며 이주비, 사업비, 중도금 대출 등을 합치면 총사업비는 약 9조원에 달한다.

‘건국 이래’ 역대급 재건축 사업이라 불리는 강남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의 시공사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어느 건설사가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반포주공1단지. 제공=연합뉴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전은 그동안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배수진을 치고 피 튀기는 경쟁을 벌였던 곳이어서 건설업계도 어떤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건축ㆍ재개발 시공사 선정은 사실 조합원 투표가 있기 3~4일 전에 분위기와 흐름으로 어떤 건설사가 선정됐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 통상적인 관례로 여겼다.

그러나 이번 반포주공1단지 재개발 시공사는 어느 GS건설과 현대건설 중 어느 건설사가 우위에 점할지 하루를 앞둔 현재까지도 여전히 안개속이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이번 시공사 선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같은 꿈 다른 목표’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GS건설과 현대건설 모두 총 사업비 최대 10조원, 공사비 2조6000억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해 대형 건설사의 1년 어치에 맞먹는 수주고를 올리려는 목적은 똑같다.

다만 GS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를 계기로 삼성물산 래미안을 누르고 건설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려는 계산이다.

또 현대건설은 강남이라는 이미지를 현대라는 브랜드가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속내다.

잠실은 ‘롯데’, 용인은 ‘삼성’이란 이미지가 떠오르듯, 압구정하면 ‘현대’라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반포주공1단지 수주는 필수라는 얘기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를 발판삼아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가져가겠다는 속내가 내심 깔려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양 사는 이번 수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의 이번 반포주공1단지 선점을 위한 행보를 살펴보면 GS건설은 일찌감치 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테스크포스(TF)팀을 따로 꾸리며 입찰에 참여했던 상대 건설사들을 일찌감치 따돌리며 조합원들로부터 시공사 선정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며 끝까지 추격해 팽팽한 경쟁구도를 이어나갔다.

GS건설은 대형사 중에서도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이다. 올해 상반기 주택에서만 3조2390억원의 신규수주를 올렸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는 이미 3년 전부터 수십여명의 태스크포스(TF) 전담팀을 꾸려 착실하게 준비해온 단지다.

이유는 간단하지만 커 보인다. 자이를 국내 최고의 브랜드로 격상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미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강남4구 선호 브랜드에서 래미안을 꺾고 1위(31.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삼성물산은 주택보다는 해외사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다시금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 집중해 수주전에 돌입한다면, 래미안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만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또 GS건설은 이 단지를 수주하기 위해 3200억 규모의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7500억원 규모인 방배5구역 재건축 사업도 포기했다.

달리 말해 수주전에서 패배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반포주공1단지는 GS건설에 있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건설은 이번 반포주공1단지를 따내려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반포를 통해 훗날 있을 압구정동 재개발 단지를 포섭해 강남을 ‘현대’화 하려는 포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1970년대 말 정부로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대금으로 한강 공유수면을 받았고 그 곳을 매립해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지었다.

정몽구 당시 한국도시개발(現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사업을 맡아 강남의 대표 단지로 지었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만민국 재력가들은 이곳에 다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재건축 시기가 다가왔고 현대건설은 이 사업에 뛰어들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계 업계 시각이다. 현대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디에이치’를 내놨다. 디에이치의 고급스러움이 강조되려면, 우선 반포에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이미 개포 3단지에서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고급스러움을 입증한 바 있다. 이제는 차별되고 한층 진화된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반포에 안착시킨다면, 압구정에서 디에이치를 볼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를 어머니의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주거명작으로 만들고 싶다”며 “현대건설의 전통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재건축 수주전의 결과는 아직 예측불가다. 초반까지만 해도 3년 동안 이 사업에 매달리며 조합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GS건설이 유력한 듯 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하며 조합원 개인당 이사비 7000만원을 지급키로 한 현대건설이 추격을 넘어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사비 위법성 여부를 거론하며 현대건설의 거침없는 질주에 제동을 걸었고, 이제는 어느 건설사가 시공을 따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은 “이 단지는 30년간 살아온 사람들이 약 40%된다”며 “나이가 있다 보니 현대에 대한 향수는 이겠지만, 그렇다고 3년간 노력하고 정성을 쏟은 GS건설도 간과할 수 없기 떄문에 조합원들 마음, 서로가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시공사 선정을 알 수 있는 길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조합원 총회밖에 없다. 이날 시공사 선정 조합원 투표가 열리는데, 한 건설사는 웃고, 한 건설사는 울 수밖에 없다.

최형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