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형호 기자.

[한스경제 최형호] 6.19, 8.2, 9.5 대책까지.

강남을 잡으려던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오히려 정부가 강남을 지나치게 규제하면서 또 다른 투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 최근 분양한 '신반포 센트럴자이'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에선 과열 양상 조짐이 나타났다. 이 단지들 3.3㎡ 당 분양가가 예상가보다 200만~300만원 낮게 책정되자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청약 로또’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묵은 숙제를 풀려던 정부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은 격이다.

실제로 취재하다 만난 투자자들은 “강남을 규제하는 건, 강남 집값을 올리는 길”이라고 정부 규제를 비웃듯 말한다. 강남에 규제를 시작하면 투자자들은 한두 달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상은 이 기간 동안 규제의 허점을 노려 또 다른 투기 방법을 찾고 강남의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

이번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도 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출규제와 청약조건 강화의 허점을 노렸다.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수요자들이 감소할 밖에 없는데, 이를 감지한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예상했던 가격보다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건설사의 낮은 분양가 책정은 ‘정부 눈치보기’도 한 몫 한다.

결국 훗날 높은 프리미엄이 붙을 거란 확신 속에 투자자들이 과감히 ‘강남 베팅’을 주도하고 청약이 되면 말 그대로 ‘로또 청약’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뛰는 정부위에 항상 나는 투자자가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만큼 앞으로 강남 4구의 분양가도 낮게 책정된다는 데 있다.

‘정부 규제’에 낮은 분양가가 반사이익으로 작용돼 강남에 전방위적으로 퍼진다면 강남은 영원한 ‘투기의 장’이 될 거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상황이 이러면 한국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현재도 지역에 따라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데, 강남 집값이 폭등하면 서울 강북은 물론 수도권 더 나아가 경기도 집값까지 영향을 미친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집값은 0.6% 올랐는데, 상승 폭이 확대된 지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역은 강남 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영향으로 집값 오름세가 컸던 반면, 지방은 집값이 내려가거나 주춤하는 등 국지적 집값상승 현상이 뚜렷했다.

여기에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과 추가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돈 되는 곳에만 몰리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정부는 강남 집값이 오르자 추석 이후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빼든다는 계획이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비롯해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등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보유세 인상 카드를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해 놨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가 심할수록 ‘건설사 눈치보기’와 ‘예비청약자 혼란’은 있을 수 있어도 강남불패는 계속될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여전히 서울, 특히 강남의 투자 바람은 말 그대로 ‘강풍’이기 때문이다.

강남은 일종의 사치성 부동산 지역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물론이고, 불경기에도 강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부동산은 주로 좋은 지역에 몰리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강남이라는 얘기다. 특히 대한민국 사람들은 ‘강남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강남 주민들도 한번 강남에 발을 디디면 웬만해서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강남에 머무르려고 하는 강남주민과,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새롭게 진입하려는 수요자들로 인해 항상 수요 초과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사치성 풍토로 인해 강남은 각종 규제에도 강할 수밖에 없고 가격은 강세를 띠게 마련이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로 이런 강남을 바로잡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재까지 강남을 잡은 정권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강남 집값을 규제하려다 된서리만 맞았고 애꿎은 서민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했다.

차라리 강력한 규제로 강남을 잡겠다는 생각보다, 강남이 더 이상 투자지역으로 극성을 부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규제로 대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형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