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상승장을 주도하는 현상이 유독 두드러졌다. 주가 지수가 크게 상승했음에도 개인투자자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큰 이유다. 하지만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코스닥과 중소형주 등 테마주도 못지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대선이 있는 해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라 5월에 실시되면서 정치 테마주는 오히려 반짝 상승 이후 별다른 힘을 받지 못했다. 대신 4차 산업혁명 관련주, 4대강 관련주, 치매 관련주, 방산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주 등 다양한 종목이 개인투자자의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부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 열기도 테마주 투자와 다름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전한 정치테마주...강도는 약해져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일자, 테마주도 함께 요동쳤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르면서 관련주도 함께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엔코, 큐로홀딩스, 씨씨에스, 광림, 휘닉스소재 등 반 총장 테마주는 크게 움직였다.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 총장이 미국에서 귀국 후 잇단 구설에 올라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테마주의 주가는 추락했다. 결국 올해 2월 반 전 총장이 돌연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반 전 총장의 테마주는 정치 테마주로의 지위를 빠르게 잃었다.

그래도 다른 정치 테마주의 위세는 여전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국일신동, 디젠스 등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테마주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미 집권이 유력했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는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춤을 췄다. 문재인 당시 후보의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 바른손, 고려산업, DSR제강, DSR 등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의 KD건설과 SG충방, 백금 T&A, 코디엠 등이 크게 올랐다. 안랩, 써니전자 등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관련주도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그나마 나아진 건, 특정 후보와 관련이 없다는 이른바 ‘양심 선언’을 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것. 한국거래소가 주가가 이상 급등하면 해당 기업에 직접 해명 공시를 요구하는 ‘사이버 얼럿(Cyber Alert·경보시스템)’ 제도가 도입된 이유도 컸다.

정치 테마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된 데다, 실적과 관계없이 주가가 급등락했을 때 오히려 기업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기업이 정치 테마주임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남찬우 거래소 투자자보호부장은 “그간 정치테마주로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사례가 많아 이번에는 거래소가 선제적으로 기업에 확인 후 공시토록 했다”며 “이번에는 그런 노력으로 투자자의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의 주가가 질주했다.

◆정치 테마주에서 정책 테마주로

문재인 후보가 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정치 테마주는 정책 테마주로 빠르게 옮겨가기 시작했다. 대선 전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종근당, 명문제약, 고려제약, 신신제약, 유유제약 등 치매 관련주와 자연과환경, 특수건설 등 4대강 관련주는 오히려 대선 이후 잠잠해졌다. 반면,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의 주가가 질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인 올해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2015년 기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치(9.6%)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매년 10조원, 총 140조원을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무분별하게 관련 테마주가 난립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크게 태양광과 풍력 업체로 나뉘는데 OCI, 웅진에너지, 씨에스윈드, 유니슨, 에스에너지 등이 주요 관련주로 떠오르면서 수혜를 입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테마는 4차 산업혁명과도 엮이면서 전기차·수소차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모신소재, 삼화전기,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다이아, 삼성SDI, LG화학, 후성, 엠플러스를 비롯해 포스코ICT, 유니크와 성창오토텍, 지엠비코리아 등 그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다른 4차 산업혁명 관련주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로봇, 스마트공장 등 관련주도 올해 투자자의 관심을 받은 테마주다. 인포마크, 미래컴퍼니, 네패스, 다우테이타 등과 더불어 현대중공업의 의료 로봇 사업 부문을 인수한 큐렉소가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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