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영화 ‘귀향’(2016년)으로 3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조정래 감독이 속편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14일 개봉)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본편에 담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 생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추가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지적한 영화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식 사과를 하기 전까지 조 감독은 고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조 감독은 지난 해 ‘귀향’을 알리기 위해 전세계 10개국 61개 도시를 순회했고 1300회에 걸쳐 영화를 상영했다.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안구 건조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조 감독은 인터뷰 중에도 차가운 물병을 눈에 대며 연신 “괜찮다”고 했다.

조 감독은 ‘귀향의 흥행을‘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개봉 전 상영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귀향’은 오로지 관객의 입소문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많았다. 한 역사 강사는 우리 영화가 왜곡됐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무조건 욕을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감사하게 생각했다. 목적 자체가 관객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위안부 문제가 역사적 사실임을 강조했다.”

이번 속편에서는 전편에서 쓰인 폭력적이고 극적인 장면을 많이 덜어냈다. 적나라한 장면 묘사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추가함으로써 위안부 문제가 명백한 사실임을 강조했다.

“증언을 많이 추가한 이번 영화를 더 좋게 봤다는 관객들도 많았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으니까 ‘이게 정말 있었던 일이구나’라며 실감했다는 반응이다. 이번 영화 역시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번역이 끝났다.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소녀상 지킴이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추세와 달리 과거에는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위안부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안다 해도 직면하지 않으려 했다.

“나 역시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의 대표였다. 아픈 역사라고만 생각했지 자세히 알려고 노력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14년 전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을 처음 뵙고 엄청 울었다. 너무나 따뜻하게 위로해주시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영화 속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치욕의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위안부 문제가 정상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잘못된 역사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하루에도 그 말씀을 수십 번 한다. 우리 후세는 그런 일을 당하면 안 된다고. 할머니들이 아직 우리가 해방되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나. 일본은 단 한번도 반성한 적이 없다.”

조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칠 법도 한데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내의 든든한 지원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영화를 부제작한 사람이다. 평생 업고 다녀도 모자랄 사람이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존경한다.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다.”

조 감독의 차기작 역시 위안부 소재 다큐멘터리다. 예전에 기획한 다른 시나리오도 있지만 무기한 연기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집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세계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 우선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전 세계에 알리고 상영하는 게 목표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다른 영화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죽는 날까지 싸우겠다.”

사진=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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