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뜨거운 인재사랑을 보이면서 계열사 직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는 최종면접에서 ‘끝판왕’인 김 부회장을 넘어서야만 입사가 가능하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인재가 곧 회사의 기반’이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경력 사원은 물론, 신입 사원 채용 선발에도 적극 관여한다. 메리츠종금증권 상무로 재직 중이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당시 업계 10위권인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당사자도 김 부회장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사진=한국투자증권

그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15년째 직접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채용설명회에 참여하는 걸로 유명하다. 지난 7일에도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의 연사로 나서 '우리의 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대졸 신입과 경력 사원은 끝판왕 김남구 회장 면접을 통과해야 한국금융지주 일원이 될 수 있다. 신입사원도 신입사원이지만 경력사원은 이미 계열사 사장 면접을 끝낸 상태에서 김 부회장 성에 안 차면 입사가 무산된다. 경력 지원자가 많거나 일이 많을 때는 계열사 사장과 함께 면접관으로 참여한다.

김 부회장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계열사 경력 직원 면접에 시간을 낸다. 특별히 어려운 내용을 물어보지는 않고 입사 지원자의 태도를 중시해 ‘스펙’이 좋아도 종종 떨어지는 지원자가 나온다. 김 부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끈기’다. 자신 역시 뚝심과 끈기의 최고경영자(CEO)로 불린다.

김 부회장 면접을 경험한 경력 직원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한국금융지주 계열사 경력 입사 직원은 “과·차장급 정도는 계열사 사장에 맡겨도 될 텐데 바쁜 부회장이 굳이 직접 면접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꼈다”며 “이직 이유나 입사 후 목표 등 질문은 평이했다”고 평가했다.

일단 김 부회장 눈에 들어 입사에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철저히 자율에 맡긴다. 다른 금융사와는 달리,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는 직원 출퇴근 체크도 그리 엄격하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2,706억원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2.6%에 달했다. ROE가 높기로 유명한 메리츠종금증권(12.5%)도 제친 성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철저히 성과를 기본으로 하고 직원에 대한 자율성 보장을 모토로 삼고 있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7조1,498억원)인 미래에셋대우 ROE는 5.7%에 그쳤다.

한 한국금융지주 계열사 임원은 “장기적으로는 몸집이 큰 미래에셋대우가 수익을 올리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며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이처럼 꾸준히 증권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올린 비결은 김 부회장의 인재 중시와 직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경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64명을 선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100명을 충원한다. 2005년 이후 매년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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