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개성 강한 마스크. 카랑카랑한 목소리. 개성과 전달력을 모두 갖춘 박경혜는 tvN ‘도깨비’와 SBS ‘조작’으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스틸러 배우로 떠올랐다. 양악 수술 당시 “예뻐질까 걱정했다”던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의 발언은 박경혜가 얼마나 영리한 배우인지를 보여준다. 예쁜 배우가 많다 못해 넘치는 세상에서 박경혜가 선택한 길은 뚜렷하다.

“요즘은 밖에서 알아봐 주는 분들이 계세요. 아주 즐겁게 알아봐 주셔서 저도 그럴 때마다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실물 보니까 예쁘네’라는 얘기를 들으면 걱정이 태산이에요. 예뻐질까 봐. 여신 되면 어떡해요. 하하.”

“실물 보니까 예쁘네”라는 말은 대중이 기억하는 박경혜가 어떤가를 알려준다. 그는 ‘도깨비’에서는 처녀귀신을, ‘조작’에서는 뚝심과 의리, 그리고 거친 드라이빙 실력을 갖춘 열혈 기자 서나래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에 출연을 했기 때문에 정말 감사해요. 기력을 소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남아 있어요. 나래라는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PD 님이 하나하나 캐릭터에 힘을 실어 주셔서 감사했어요. ‘조작’은 현 시대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현실과 연결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고요. 제가 평소에 조금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하겠다는 반성도 하게 됐어요.”

열혈 기자 서나래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도 철저히 했다. 기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찾아 보고 아는 이들에게 자문도 구했다고. 특히 운전하는 장면의 경우엔 늘 조심하는 자신과 180도 다르게 터프한 운전 실력을 보여줘야 해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다.

“기자라는 직업을 한 번도 경험해 보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이라든지 자신의 기사에 대한 열정이라든지, 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 혹시나 놓친 게 없나 걱정이 있었어요. 조작된 기사를 단서로 사회의 부조리를 쫓는 기자들이 드라마의 주된 내용이라, ‘혹시 내가 놓치고 간 부분이 없나’ 좀 더 기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다큐멘터리도 봤고 실제 사회부 기자 분들께 자문도 구했는데, 그러면서 많은 기자들이 자신의 기사에 대한 자부심과 독자들이 받는 영향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어요. 멋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열심히 나래를 연기해서 모르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인터뷰 말미 “배우로 불리는 자신이 좋다”는 박경혜에게 “배우란 무슨 직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경혜는 무척 조심스러워하면서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순간들을 포착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답했다.

“배우가 뭘까에 대해서는 아마 각자 배우들이 생각하는 게 다를 것 같아요. 감히 제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제 작품을 봐주는 누군가가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던 감정이나 상황, 그런 어떤 부분들을 다시금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직업 아닐까 해요. 감사함이라든지 행복이라든지 평소에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랑이란 감정이라든지.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서 자신과 같은 상황, 공감되는 상황을 만나고 잊었던 감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나중엔 또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요. 하하.”

박경혜는 영화 ‘1987’과 ‘마약왕’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좋은 인물과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난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뭘 해야겠다’는 계획이 있는 게 참 좋아요. 무명 시절에도 사실 전 그렇게 힘들지 않았거든요. 많은 분들께서 알아 주시지 않았던 거지 저는 계속 작품을 만나 왔어요. 그렇게 좋은 인연을 쌓은 덕분에 계속 더 좋은 사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인연들 덕에 또 작품을 함께할 인연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고요.”

사진=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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