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19세기 초 프랑스 황제에 올라 숱한 전쟁에서 승리하며 이름을 떨친 나폴레옹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탄생,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80여 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웅장한 음악과 앙상블, 세트의 향연에 압도당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본토에서 170km나 떨어진 외진 섬 코르시카에서 태어나 프랑스 최고의 권력을 쥔 인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성공과 몰락,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한 때 나폴레옹의 후견인이자 최고의 동료였지만 마지막에 등을 지게 된 프랑스의 정치가 탈레랑과 나폴레옹의 연인이었던 조세핀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권력가로서 뿐만 아닌 인간으로서의 나폴레옹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 작품은 1994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졌으며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와 독일을 거쳐 지난 2015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작가 앤드류 사비스톤과 작곡가 티모시 윌리엄스가 완성,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되고 있다.

임태경, 마이클 리, 한지상, 정선아, 박혜나 등 뮤지컬 계의 굵직한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점만으로도 '나폴레옹'은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기존 뮤지컬의 두 배에 가까운 40여 명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180여 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을 지루할 틈 없게 한다. 작품은 18세기 툴롱 전투부터 이집트 원정, 마렝고 전투에 이르는 나폴레옹의 승리의 순간들을 무대에서 생생하게 재현한다. 자욱한 포연으로 막을 올리는데, 실제 코에 와 닿는 냄새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전쟁터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각 전투의 순간이나 알프스 원정, 궁정 무도회 등이 재현될 때는 노련한 연출과 화려한 무대 세트의 조합이 돋보인다.

화려한 외연 만큼이나 감정 표현에도 신경을 쓴 점이 눈에 띈다. 야망에 가득 찬 1막 초반부터 사랑하는 조세핀을 잃고 몰락해 가는 씁쓸한 말로까지 나폴레옹의 감성이 디테일하게 표현돼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권력자의 베필로 평생을 살았으나 정치적 이유로 내쳐지는 조세핀의 복잡한 심경과 최고의 동료였지만 그를 배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탈레랑의 고뇌 역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사진=쇼미디어그룹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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