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료 지불에 있어 카드결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결제 수수료를 놓고 보험사와 카드사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인하와 IFRS17 등 수익 악화요인이 많아 카드납입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형평성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두 업권간의 밥그릇 싸움에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목표로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은 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1차 회의를 바탕으로 지난달 26일 킥오프 회의를 열어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에 대한 카드사와 보험사 관련 금융협회 임원의 의견을 청취했다. 금감원은 이날 나온 의견을 취합해 이달 중으로 보험료 카드결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생·손보사 합산 연간 납입 보험료는 200조원에 달하지만 전체 보험료 납입액 중 카드납입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6월 말 현재 개인영업을 하는 41개 보험회사 중 보험료 신용카드 납입을 허용하고 있는 회사는 31곳(75.6%)에 그쳤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가 20% 수준, 생보사는 여기에 훨씬 못 미치는 비율로 카드결제를 받고 있다.

보험사가 카드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2.2~2.3% 수준의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결제를 허용하는 보험사들도 초회 보험료 납부에 그치거나 설계사 채널 등 일부 창구에서만 가능하도록 설정했다.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사만 수수료를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정 중인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인하에 대한 카드사의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료 카드결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보험사와 카드사간의 수수료 갈등이 점화됐다. 보험업계는 카드결제가 확대된다면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보험사들은 카드결제 수수료율 조정이 없는 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인하와 IFRS17 등 수익 악화요인이 많아 앞으로 수익 보전도 답답한 상태다. 보험료 카드결제가 확대되는 만큼 손보사들은 연간 3,000억원, 생보사들은 연간 8,0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율 조정 없이 카드결제가 확대된다면 해외 사례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수수료를 대신 부담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카드결제가 가능한 보험상품 범위도 좁혀야 한다. 저축성보험을 신용카드로 납부한다면 카드결제로 주식투자도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이 2.2%, 금리는 1.1%이니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보험료 자동이체도 1%를 할인해주는데, 카드결제에는 반대로 수수료를 물리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카드결제 확대와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가 무료 서비스인 것처럼 보이지만, 태생부터 신용을 담보로 차후 수수료를 내겠다는 구조다. 조달비용이 있는데 무료인양 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신용카드는 여러 가지 편의성과 보안성을 주지만 물가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한다는 의미는 결국 보험료 인상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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