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열흘 간의 황금연휴 동안 영화들의 자리 싸움은 치열했다. 지난 달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를 시작으로 27일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 10월 3일 동시 개봉한 ‘남한산성’과 ‘범죄도시’가 4파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절대 강자’는 없었다. 초반 승기를 잡은 ‘킹스맨: 골든 서클’과 ‘남한산성’의 흥행질주, 반전에 성공한 ‘범죄도시’와 잔잔한 관객 몰이를 이어간 ‘아이 캔 스피크’까지 각기 다른 장르와 특색으로 관객을 나눠 가지며 ‘윈윈’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일찌감치 관객의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다. 관객의 관심을 입증하듯 청소년 관람불가 핸디캡에도 개봉 첫 날 48만 명을 동원했다. 역대 청불 영화 중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개봉 4일째이자 황금연휴 첫째 날인 30일에는 61만8,83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내부자들’의 최고 일일 관객 수(48만9,503명)를 제쳤다. 개봉 11일 째 400만 명을 돌파하며 추석 최고 흥행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400만 돌파보다 5일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458만 7,751명으로 전작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9,681명)의 기록을 깨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남한산성’은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 제작비 150억 원의 대작이다. 개봉 첫 날 44만4,478명을 동원하며 역대 추석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았다. 개봉 이틀 만에 100만, 4일 째 200만, 7일 째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개봉 5일 만에 무섭게 치고 올라온 ‘범죄도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준 만큼 향후 흥행 속도는 더뎌질 것으로 전망된다.

‘범죄도시’는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고 해도 무방하다. 순 제작비 50억 원의 이 영화는 추석 개봉작 중 약체로 평가받았다. 개봉 당일에도 같은 날 개봉한 ‘남한산성’(1,124개)의 절반 정도의 스크린 수 600개만 확보한 상태였다. ‘남한산성’ ‘킹스맨: 골든 서클’에 비해 ‘작은’ 영화인 ‘범죄도시’는 박스오피스 3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범죄도시’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 수는 급격히 늘었다. 급기야 지난 8일 42만5,342명을 모아 ‘남한산성’(36만5,582명)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3일 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 뒷심을 제대로 발휘 중이다. 누적 관객 수는 238만4,984명으로 손익분기점(200만 명)을 돌파했다.

세 편의 영화만큼 저력을 발휘하진 못했으나 ‘아이 캔 스피크’ 역시 잔잔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나문희와 이제훈의 연기력이 눈에 띈다. 휴먼코미디로 무장한 장르에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한 영화로 가족 관객층의 사랑을 받았다. 연휴 기간 동안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으며 누적 관객 수는 300만1,620명이다.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신작들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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