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금융권의 산별교섭 복원 문제를 두고 연일 줄다리기 중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다음 주 중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전망이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과 하영구 사용자협의회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7일 가졌던 회동에서 금융 산별교섭 복원 논의를 위한 노·사 대표단 회의를 이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가 복원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대선에서 산별교섭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하 회장을 이번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왼쪽)과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다음 주 중 금융 산별교섭 복원 논의를 위한 노·사 대표단 회의를 연다. 노·사 대표단 회의는 하 회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출장을 다녀온 직후 열릴 전망이다. 하 회장은 오는 17일에 귀국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사 대표단 회의는 하 회장의 복귀 직후에 열릴 것”이라며 “16개 사용자협의회 미가입 회원사 대표 중 노사 각 4인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산별노조 지원과 산별교섭 제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내부 인사와 산별교섭 사용자협의회 임의탈퇴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하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면 (산별교섭)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심상정 의원이 신청한 만큼 국감에서 논의가 진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사용자협의회에 복귀하지 않은 은행을 돌며 집회를 열었다. 현재까지 위성호 신한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이 금융노조와 면담을 마쳤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산별교섭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산별교섭에 대해 강성한 입장을 보이는 은행장들이 있다고 하 회장이 말을 했다”며 “누군지 우리가 알기 때문에 그 분들을 먼저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에 지난 달 29일까지 산별교섭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용자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한채 연휴를 맞았다. 금융사들은 2010년부터 사용자협의회를 구성해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대부분이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산별교섭이 중단됐다.

산별교섭에는 현재 33개 회원사 중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17개 회원사가 복귀했다. 시중은행 등 16개사는 아직 복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노조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아직 산별교섭 복원에 동의하지 않은 금융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노조와 달리 사측은 산별교섭의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며 "교섭을 위해 금융사 전체가 가입해야 한다고 전 금융사를 돌면서 압력을 가하는 것은 노조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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