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짠테크로 희망의 아이콘 된 ‘김생민의 영수증’
[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짠테크로 희망의 아이콘 된 ‘김생민의 영수증’
  • 편집자
  • 승인 2017.10.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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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가계부를 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가계부 쓰시던 것을 보고 자란 탓에 자연스레 몸에 배어 있는 습관 중 하나다. 독립하고 나서 지출의 흐름을 정확히 알기 위해 이전보다 더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비 규모를 즉시 체감하기 위해 카드는 거의 쓰지 않고 현금을 쓴다. 원플러스원은 때로 유혹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번은 꼭 ‘지금 필요한가?’ 고민한 후에 과감히 포기한다. 윈도 쇼핑을 즐겨하지 않는다. 견물생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쯤 되면 나도 꽤 ‘그뤠잇(Great)’ 아닌가.

하지만 팍팍한 일상 커피한잔으로 위로 받는 시간은 꼭 필요하고, 가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찾는 동전노래방은 탕진잼의 홧김비용일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 ‘스튜핏(Stupid)’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팟캐스트에서 지상파 진출의 위엄을 달성한 ‘김생민의 영수증’은 ‘생활밀착형’ 사고를 지향한다. 그런 까닭에 영수증 분석을 의뢰한 의뢰인들의 사연과 이에 대해 철저한 분석으로 임하는 김생민의 전문가적 조언은 닫혀 있던 귀를 열게 만든다. 그리고 눈 감고 있던 ‘내 스타일대로의 소비패턴’을 다시금 점검하고 반성하게 한다. 가능한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 소비로 사라져버렸던 티끌들을 ‘저축’으로 향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유발시킨다.

2017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트렌드가 바로 짠돌이와 재테크를 합친 신조어 ‘짠테크’다. 바로 얼마 전까지 유행하던 트렌드인 ‘욜로’와 ‘탕진잼’을 무색하게 만드는 초강력 트렌드이기도 하다. ‘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우울함으로 모든 것을 ‘현재의 나’에 맞추고 순간만이라도 즐겁게 살자며 소비하던 것이 당연시되던 트렌드, 그것이 향후 얼마간은 더 지속될 거라는 예측을 가볍게 빗나가게 하며 ‘현재’를 아껴 ‘미래’를 준비하게 하는 ‘미래지향형 트렌드’가 바로 ‘짠테크’다.

그 중심에 짠테크 전도사 김생민이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의뢰인들을 향해 그가 하는 조언은 어느 경제전문가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더라면 결코 할 수 없는 ‘경험형’ 조언들이다. ‘돈은 안쓰는 것이다, 생수란 집에서 준비해가는 것이다, 옷은 기본 22년이다, 소화가 안 될 때는 소화제가 아니라 점프를 해라, 커피는 선배가 사줄 때 먹는 것이다’. 김생민이 만들어낸 짠테크 어록은 처음에는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다가 이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티끌을 티끌이라 치부하고 거기에 희망을 담지 못했던 일상에 경종을 울려준다. 20여년 이상을 한결같은 자세로 방송에 임하며 절약과 저축이 삶이 된 그의 내공이 제대로 담겨 있기에 ‘짠테크’ 트렌드에 대중은 오랜만에 크게 공감하며 그의 조언에 웃음을 넘어 감탄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김생민의 영수증’은 배울 것 가득한 실로 똑똑한 프로그램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 속담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거기에는 절약과 저축이라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희망이 없다면 ‘티클’은 그 자체로 모을 필요 없이 휘발되는 것 이상일 수 없으니. 소비 권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그동안 고어(古語)로 취급받았던 ‘절약과 저축’의 부활이 반갑다. 그로 인해 이제라도 ‘미래’를 꿈 꿀 수 있어 다행이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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