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한국항공우주(KAI)가 대규모 과징금을 받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전일 하성용 전 KAI 대표를 5,000억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하 전 대표와 KAI가 분식 재무제표를 이용해 금융권 대출 6,514억원을 받고 회사채 6,000억원, 기업어음(CP) 1조9,400억원어치를 불법 발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불법 대출은 형법상 사기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불법 발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429조(공시위반에 대한 과징금)에 따라 불법 발행 모집금액의 100분의 3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2조5,400억원중 3%면 762억원에 달하는 과징이 부과될 수 있지만, 다행히 과징금 상한액이 20억원으로 정해져 있어 더 이상의 부담을 지지는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회사 측은 과징금과는 별개로 대출과 채권 상환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괜찮다는 입장이다. KAI 관계자는 “회사가 당장 부도가 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정부수주 물량이어서 이라크 수출 프로젝트 등을 제외하면 대금 납부 지연 우려도 없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KAI는 2019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항공우주19’를 비롯해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등 갚아야 할 CP 잔액만 4,090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KAI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 상반기말 기준 240억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상반기말 기준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규모가 9,000억원가량 있지만 T-50 이라크 수출 채권 등 수령 여부가 불투명한 금액도 많이 섞여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갚을 회사채나 CP 물량에 비해 현금성 자산이 거의 없다”며 “현금이 들어오면 위태위태하게 채무를 매워나가고 있는 재무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채권자, 개인투자자 등이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을 KAI에 청구할 수도 있다. 기관투자자 등은 분식회계로 인한 주식 피해를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1,6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회사채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의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회사채로만 2,682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하 전 사장 기소로 분식회계가 어느 정도 사실로 굳어져가면서 향후 기관투자자 등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소 단계에서 소송 여부를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며 “분식회계 위법성이 드러나면 그때 가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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