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건강관리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이달 배포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헬스케어의 빗장이 풀릴 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개발 기술과 의지는 뚜렷했지만 의료계의 문턱에 걸려 번번히 발전 기회를 놓쳐왔다. 지금이라도 보험업권의 헬스케어 진출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보험사 CEO?경영인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보험사 CEO·경영인 세미나에 참석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인슈어 테크(Insurtech)’인 건강관리형 보험상품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자는 건강관리 노력을 통해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회사도 계약자의 질병 발생 확률, 조기 사망확률이 낮아지면서 손해율을 낮출 수 있다”며 “경제 전체적으로는 건강관리 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 일자리 창출, 창업 활성화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달 중으로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와 논의해 온 관련 상품 개발 기준을 배포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이 헬스케어 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권의 헬스케어 진출은 의료계의 반발과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난항을 겪어왔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가 행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 의료행위다. 반면 의료행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는 유권해석과 대법원 판례도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보험사가 의료법인과 제휴를 맺어야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허용하는 분야도 교육이나 연구, 장례식장 운영 등 기초적인 7가지 사업뿐이다.

보험업계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요구하는 한편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해왔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헬스케어서비스 활용의 법적 쟁점’ 보고서를 통해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구분에 있어서 일반 소비자의 인식과 필요, 사회통념을 감안한 객관적·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월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별도의 발표 없이 정권이 교체되면서 헬스케어는 1년8개월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할 능력과 의지가 충분했지만 가이드라인이 없어 눈치싸움만 했다”며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상품 개발 노력이 부진했다고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제정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묵살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이 어디까지를 건강관리형 상품으로 묶을지도 관심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의료법에 저촉이 된다면 무리해서 시장 진출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까지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해도 괜찮은 지 선을 그어달라는 요구”라고 전했다.

한편 헬스케어는 고령화시대와 4차산업시대를 묶는 유망 사업으로 손꼽힌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보험업계는 이미 헬스케어를 흡수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꾸렸다. 미국 시그나그룹은 환자의 건강위험도를 4단계로 구분해 개인별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아공의 글로벌 보험사 디스커버리도 건강관리 고객의 등급에 따라 차등 혜택을 준다. 일본은 원격진료가 허용되면서 헬스케어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허인혜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