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공판부터 삼성 측과 특검팀이 서로 반박 주장을 펼치며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12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8월 25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48일 만에 공개 법정에 나왔다. 정식 재판에는 지난달 열린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12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연합뉴스

이날 첫 공판에서는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 '증거능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파워포인트(PT)를 활용해 쟁점과 견해를 밝혔다. 

문건 등을 재판 증거로 쓰려면 원작성자가 임의로 만들거나 위·변조한 게 있는지 진정성립 여부를 판단, 이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살핀다. 이 단계를 넘으면 증거로 채택한다.

1심에서는 수첩 내용을 일단 적어놓은 자체를 하나의 사실로 보고 재판에 참고할 정황 증거로 안종법 수첩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1심은 (수첩이) 간접 사실로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안 전 수석의 진술 등과 결합해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결한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첩 내용이 전문진술(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한 것)에 해당하는 만큼 원진술자가 그 내용을 확인해주는 과정 없이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첩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독대 내용을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로 쓰려면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이 진술한 대로 수첩에 기재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 측은 그러면서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박 전 대통령이 서명 날인하거나 법정에 나와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그런 대화를 나눴다고 하고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검 팀은 삼성 측 주장을 반박했다. 특검은 "1심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안 전 수석의 증언, 그 밖에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며 "간접 사실에 대한 증명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승계작업'과 관련해서도 삼성 측과 특검 측은 부딪쳤다. 앞서 재판부는 1심에서 미르 ·K스포츠 재단 지원과 관련된 204억원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삼성은 자금 지원과 관련해 공익적인 차원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이 지원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나 재단이 사적 단체임은 분명하다"며 "이곳들은 이전에 공익적인 활동을 한 적도 없고 공익활동을 하는 단체라는 점이 증명도 안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그런 단체에 대해 삼성은 공익적으로 자금이 쓰였는지 등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고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삼성의 직무상 현안과 관련된 청탁을 들어준 다음 사적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 측은 "개별이든 포괄이든 묵시적 청탁이 있으려면 관계인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9일 2회 공판 기일을 연다. 이날은 삼성의 승마 지원 경위와 마필 소유권 이전 문제, 뇌물죄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 등에 대한 삼성 측과 특검팀의 열띤 공방을 벌어질 전망이다. 

임서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