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운용자산 규모 600조원인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으로 우리은행이 선정됐다. 국민연금 자산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를 지키려는 은행과 꿰차려는 은행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10년째 수성한 신한은행을 밀어내고 우리은행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연금보험료 수납과 연금 지급, 운용자금 결제 등 공단의 금융 업무를 수행할 주거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3년간이며 이후 1년 단위 평가를 거쳐 최대 5년(2회 연장)까지 주거래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공단은 주거래은행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 경쟁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고, 제안서 평가위원회의 과반수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했다.

기존 주거래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신한은행이 10년째 도맡아 담당하고 있었다. 이로써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국민은행에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을 내준데 이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까지 우리은행에 넘겨주게 됐다.

5년 전 신한은행이 주거래은행 자리를 수성했을 당시는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가 380조원 수준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운용자산(기금적립금)은 597조8,000억원이며, 국민연금은 2020년 이 규모가 8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이번 입찰에는 4대 시중은행이 격돌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 마감일인 지난 달 13일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제안서를 제출했다. 금융권에서는 4대 은행이 마감일에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혹시라도 제안 내용이 경쟁사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 가능한 모든 제안을 담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민연금 자산 규모가 커진 만큼 입찰에 참여한 시중은행장들도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국민연금이 전주 기금운용본부에서 개최한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제안서발표회에 앞서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인사말과 향후 포부 등을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미국 출장 중인 관계로 불참했다. 은행장이 기관영업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금융권의 관심이 쏠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 사업권을 10년 동안 지킨 신한은행과 최근 들어 기관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민은행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으나 우리은행이 중장기 전략까지 상세히 제시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관영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초기 투입 비용이 상당해도 그에 따른 부수거래와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원희 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은 연금 사업 전반에 걸친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엄정한 절차를 거쳐 선정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이 원활하게 지급되고 운용자금 업무가 더욱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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