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배우 천우희는 tvN 종영극 ‘아르곤’에서 보도 프로그램 ‘아르곤’의 막내이자 방송사 HBC의 계약직 기자 이연화였다. 대기업 사보의 편집기자로 시작해 지방 시사주간지를 거쳐 HBC 계약직 기자 특채에 합격한 연화는 HBC에서 부당하게 직장을 잃은 동료들의 자리를 꿰찬 인물일 뿐. 동료들의 투명인간 취급을 묵묵히 견뎌내며 남은 계약 기간을 살아내는 연화는 그간 ‘곡성’이나 ‘해어화’, ‘한공주’ 등에서 천우희가 보여줬던 연기처럼 넘치는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네가 차지한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면서!”라는 동료들의 눈총을 묵묵히 견디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연화의 속에서 부는 파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1, 2부에서는 ‘아르곤’ 팀원들이 연화를 정식으로 인정을 아예 안 하잖아요. 그런 분위기가 공기로도 그냥 느껴지니까 자연스럽게 연화의 처지가 받아들여지더라고요. 1, 2부 찍는데 추가 촬영이 생긴 거예요. 힘들더라고요. 그 숨막히는 상황을 또 경험해야 하는 구나 싶어서. 연기적인 부분에서야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까 추가 촬영 하면 좋죠. 그런데 연화에 이입이 돼버리니까 ‘그 상황 너무 겪기 싫어’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같은 처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다수가 있을 텐데, ‘얼마나 힘들까’ 많이 와 닿더라고요.”

힘든 연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작품에 들어왔던 건 대본에 매료돼서다. 극적인 부분을 가미하기 위해 무리한 설정을 넣지 않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고 한다.

“대본 자체가 담백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물론 드라마라는 장르 자체의 특성상 판타지적인 부분이 없을 순 없죠. 그런데 ‘아르곤’은 무리한 설정이나 너무 극적으로 인물을 몰아붙이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 저게 내 일일 수도 있겠다. 나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등장인물들 곳곳에 다 있어서 좋았어요. 연화도 마찬가지고요. ‘짠내난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그 짠내 속에서도 그런 상황에 휘몰려 빠져 있는 게 아니라 ‘슬픈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극복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현실적인 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첫 드라마였던 ‘아르곤’을 마무리한 지금, 천우희는 다시 한 번 드라마 출연을 바라게 됐다.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즉각적인 피드백, SNS에 올라오는 실시간 반응들. 때로 본방사수를 할 수 있는 행운. “여러 반응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속일 수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사실 8부작이어서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다 좋아했어요. 아무래도 부담이 덜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8부작을 딱 마치니까 너무 아쉬운 거예요. 이제 막 다 편해지고 친해졌는데 끝난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희끼리는 12부작 정도 되면 좋겠다고 했었어요. 드라마를 안 해봤기 때문에 지레 겁먹고 있었는데 매일매일 웃으면서 현장에 나가고 촬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렇게 겁을 먹었지’라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어요. ‘또 오해영’이나 ‘청춘시대’ 같은 청춘물에 언젠가 도전하고 싶어요.”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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