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마더!’(19일 개봉)는 홍보 문구처럼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강렬한 종교적 메시지를 띈 이 영화는 인류의 창조, 멸망, 파괴, 욕망 등이 극한의 상황에서 펼쳐지며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마더!’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이 극명하게 다른 영화다. 전반부는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시인(하비에르 바르뎀)과 젊은 아내 마더(제니퍼 로렌스)의 집에 불청객들이 찾아오는 과정을 담는다. 전반부는 집에서 반복되는 이상한 일들로 신경쇠약에 걸리기 일보직전인 마더와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시인의 모습이 담긴다.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시인은 무작정 자신을 찾아온 남자(애드 해리스)에게 기어코 빈방을 내준다. 마더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못마땅하지만 남편의 권유에 결국 남자도 모자라 그의 아내(미셸 파이퍼)까지 받아준다. 이 노부부는 마더에게 불쾌하고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데 시인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다. 급기야 노부부의 아들들이 재산 상속 문제로 마더의 집에 들이닥쳐 혈투를 벌인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마더!’는 이 과정에서 음악 삽입을 최소화하고 긴장감이 가득한 상황을 배치하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물론 영화의 주제가 담긴 복선과 은유가 곳곳에 깔려 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영화의 본질적인 주제가 드러난다. 불청객들은 끊임없이 마더의 집을 찾아 시인을 추앙한다. 시인은 임신중인 아내 마더를 버려둔 채 불청객들의 관심과 애정을 즐긴다. 마더는 자신이 살려낸, 자신이 만든 집에서 그렇게 외면당하고 불청객들로 하여금 무자비한 폭행까지 당한다.

이런 끔찍하고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시인은 마더에게 ‘저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고 스스로를 ‘창조주’라 한다. 곧 불청객들은 욕망에 가득 찬 인류의 모습이다. 창조주, 신의 존재를 추앙하면서도 대자연 속에서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 인간 군상을 사면초가에 이른 마더의 집에서 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과 잔혹성은 끝없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극대화된다. 남의 것을 함부로 갈취하고 폭행하는 게 다가 아니다. 인종 차별, 집단 폭행, 테러, 살인 등 끔찍한 상황들이 줄을 잇는다. 인간의 욕망과 잔인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한껏 발휘했다. 하지만 워낙 극단적인 상황 설정과 자칫 가학적이라고 느낄 만한 잔혹함 탓에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오는 불편함은 결코 반갑지 않다. 게다가 은유와 복선이 난무하는 상황 속 드러나는 주제는 예상보다 단순해 허무함이 느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단연 빛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마더가 타인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는 과정을 세밀한 감정 연기로 표현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마더의 상황에 이입하게 하는 흡인력 있는 연기를 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인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은 ‘마더!’에서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를 개성 강한 연기로 표현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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