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한국지엠 매각 제한이 해제됐다. 철수설도 새삼 다시 고개를 든다.

한국지엠이 16일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이날 한국지엠은 기념 행사를 여는 대신 카허 카젬 사장 이름의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송했다.

여기에는 “지난 15년간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는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격려와 함께 “수익 실현, 구조비용 최적화 등의 도전 과제를 극복하려면 직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당부가 함께 담겼다.

한국지엠은 글로벌 GM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전경. 한국지엠 제공

또 16일은 한국지엠 창립기념일이자 매각제한이 해제된 날이기도 하다.

글로벌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한국지엠을 15년 동안 매각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산업은행과 계약을 맺었었다. 바로 비토권이다.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지엠 철수설은 최근 카허 카젬 사장이 한국지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잠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비토권 만료가 현실화하면서 다시 철수설은 고개를 들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노조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지엠 철수와 관련한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지엠 위기 원인을 “한국지엠에 대해 어떤 견제가 경영 감시도 하지 않은 정부의 무책임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올 뉴 크루즈는 출시 초 가격 논란 등이 있었지만, 이후 판매량을 회복하며 올해 월평균 900대 이상 판매 중이다. 한국지엠 제공

그동안 글로벌 GM이 대우차를 매입할 당시 체결했던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든 가장 큰 이유는 한국지엠 실적 반등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 판매량이 8,991대에 그치며 점유율 4위로 가라앉았다. 주력 모델인 스파크가 3,396대 판매에 머무르며 실적 악화를 견인했다.

글로벌 GM의 방침인 ‘판매자 생산 원칙’도 주요 근거다. GM은 이에 따라 최근 호주, 인도, 유럽 등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 바 있다.

실제 한국지엠 공장 가동률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 가동률은 군산공장이 20%, 부평 엔진공장이 30% 밖에 안된다. 부평2공장도 60% 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주력 품목이었던 스파크 등 소형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춤한 데다가, GM이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수출 거점도 잃어버린 탓이다. 2011년 100만대에 이르렀던 생산량은 작년 45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완전 철수가 아닌 상하이GM 산하로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GM이 상하이GM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하이GM 현지 법인인 SAIC가 한국지엠 지분을 6% 가지고 있는만큼, 이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 업계에는 아직 철수나 매각까지는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고의적인 부실을 만들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개발비를 원가에 포함시키고 본사에 높은 이자를 내는 등 고의적으로 부실을 만들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내수 성적은 크게 나쁜 편이 아니다. 작년에는 점유율 9.9%로 첫 두자리수 진입을 노리기도 했다. 올해에도 말리부와 크루즈 등 신차들은 전년대비 누적 판매량이 10% 전후 늘었다. 특히 트랙스는 전년대비 66.7%나 증가했다.

판매량이 줄어든 모델은 스파크와 모델 노후화가 심한 캡티바·올란도, 다마스·라보 등 상용차 정도에 불과했다. 누적판매량으로 전년 대비 70.6%가 떨어진 임팔라는 가격 경쟁력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오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철수설과 구조조정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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