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임모(33)씨.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금리가 앞으로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둘러 영업점을 찾았다. 임씨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한 날은 주담대 금리 상승이 본격화한 10월 17일. 임씨는 “1억원만 받으면 돼서 금리를 크게 신경쓰지 않고 (대출을) 미뤄왔는데 금리가 계속 오를거라고 해서 은행을 찾았다”며 “1억원 가량을 대출기간 3년을 두고 갚을 것이라고 하니 은행에서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추천했다”고 전했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주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달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데 따른 것이다. 코픽스 상승분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린 은행도 나왔다.
17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8월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1.52%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기준 1.56%에 이어 9개월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9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1.61%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주담대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17일부터 은행의 대출 계약시 상승분이 반영된다.
기존 대출자의 경우에는 적용되는 금리가 시차를 두고 오르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대출금리에는 곧바로 반영된다. 주담대 금리가 뛴 첫날, 은행 영업점을 돌아봤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인지 영업점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출 창구도 평일 오전답게 크게 붐비는 모습이 아니었다.
여의도 A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장금리가 인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와서 주담대를 처음 받는 실수요자들은 금리 스프레드를 이미 알고 있다”며 “실제로 주담대를 받는 사람들이 대출상담을 받을 때 영업점에 바로 나가기보다 대출 실행에 있어 마음을 굳혔을 때 오기 때문에 한도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금리만 올랐다고 해서 영업점을 찾아 발품을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금리상승보다 한도가 더 중요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B은행 관계자는 “새로 주담대를 받으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도가 더 이슈지 0.05%포인트 오른 금리는 사실 크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도를 크게 줄여놨기 때문에 금리보다는 한도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에만 금리가 올라가면 불안할 수 있고 이자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출을 상환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C은행 관계자도 “당장 0.0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대출) 수요가 꺾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도가 일단 중요하고 다만 금리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 같은 분위기니까 한번 받을 때 아무래도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억원 가량을 주담대로 받아 3년의 상환기간을 가질 예정이라는 위 사례의 임씨에게 대부분의 은행 관계자들은 변동금리를 추천했다. 현재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약 0.4%포인트 낮다. 때문에 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 상품을, 단기 대출이면 변동금리 상품을 택하는 것이 추천된다.
D은행 관계자는 “10년, 15년의 상환기간을 내다보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자니 변동금리와 현재 스프레드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정금리로 받으면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재무관리를 할 수 있지만 고객들은 당장 이를 신경 쓸 여력이 없고 일단 눈에 보이는 싼 금리를 찾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싼 쪽(변동금리)이 지금 올라가니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은행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한 주택담보대출 금리(6개월 변동 금리, 이하 동일)를 2.87∼3.87%에서 2.92∼3.92%로 0.05%포인트 올렸다. 잔액 기준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99∼3.99%에서 3.01∼4.01%로 0.0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신규 기준 코픽스 대출 상품의 금리를 2.82∼4.13%에서 2.87∼4.18%로 0.05%포인트,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상품의 금리를 2.84∼4.15%에서 2.86∼4.17%로 0.02%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에 따라 신규 기준 코픽스 금리가 잔액 기준 코픽스 금리보다 최저·최고치가 0.01%포인트씩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코픽스 상승분보다 대출금리 최저·최고치를 더 많이 올렸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규 기준 코픽스 대출 상품의 금리 최저·최고치를 0.07%포인트,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상품의 금리 최저·최고치를 0.04%포인트 높였다. KEB하나은행은 두 금리 모두 최저·최고치를 0.05%포인트씩 올렸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