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이어지며 한반도 전쟁 등 유사시 비상계획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고객의 예·적금은 어떻게 되는지, 금융사 전산센터에 문제가 생겨 데이터가 파괴되면 나의 금융거래 이력 등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관심을 끈다.

이번 금융권 국정감사에서 유사시 금융정보의 처리 과정 대한 질의가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조명받게 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유사시 금융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국민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한반도 유사 시 여·수신, 대출 정보 등 금융정보 소실을 막기 위한 관련 체계 정보를 개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시 금융사를 포함한 민간기업, 공기업은 대통령이 선포하는 전시 법제에 따라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 계획은 국가 기밀 사항으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한반도 내 국지전이 발발해서 은행에 폭격이 발생하면 통장 잔고나 대출 기록 등 금융기록이 사라지냐”는 유 의원의 질의에 최 위원장은 “핵EMP(전자기파) 공격을 받게 되면 데이터가 완전 소실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면서 “그런 일이 없게 하려고 재해복구센터와 백업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백업데이터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의 가정대로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은행 예·적금, 펀드, 보험 같은 금융자산은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금융사들은 전산센터, 백업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금융정보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이 그대로 유지된다.

매일같이 영업이 끝나면 고객 계좌 정보를 백업센터에 보관한다지만 백업센터를 비롯한 금융사 내 전산센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최 위원장의 말대로 EMP 공격을 받으면 데이터가 손실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 데이터 백업센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고객 개인 정보를 해외로 유출하는 것을 막고 있는 현행 금융감독규정을 해외에 백업센터 설치가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을 논의 중이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유사시를 대비해서 고객의 금융거래 자료나 여·수신 자료를 해외에 백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 법으로 (하지 못하게) 규정돼 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데이터의) 해외 보관이 일반적으로 조심스럽다고 지적돼왔다”며 “그동안 개인정보가 우리 컨트롤(통제)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업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해야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있어보인다”며 “종전 시각과 다른 차원으로 한번 보겠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유사시 비상계획을 공개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유사시 비상계획이란 게 30~40년 전에 수립돼 형식적인 방법만 있지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재정비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평소에) 알려줘도 부족한데 이 내용을 비밀로 하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고 이런 상황이 터졌을 때 일반 국민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개방으로 바꾸는 것이 유사시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미리 대비차원에서 알릴 수 있는 부분은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전시 상황에 대비해 데이터 보안설비를 구축하고 해외 백업 데이터센터 마련 등을 금융당국과 논의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MP공격부터 실제 전쟁까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를 하니까 한편으로는 은행에 부담이 된다”며 “막대한 규모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행뿐만 아니라 타행들도 다 기본적으로 전산센터, 백업데이터센터를 국내에 두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서는 현재 고객의 금융 정보를 해외에 데이터화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도 해킹의 위험이 있고 그 나라 정책 등도 고려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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