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니월드 공식 페이스북 캡처.

[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부지 8만7,845㎡(약 2만6,573평), 테마존 7개, 어트랙션 60여 개, 세계 최초로 롤 플레이(역할 놀이)와 아웃도어, 그리고 말 체험이 결합된 테마파크.’

지난 해 9월 ‘위니월드’를 개장하면서 한국마사회(회장 이양호)가 홍보한 내용이다. 렛츠런파크 서울 경주로 안쪽 옛 가족공원 자리에 문을 연 위니월드에 대해 당시 현명관 마사회장은 “에버랜드보다 더 가고 싶은 말 중심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위니월드는 휴업 중이다. 지난 6월 마사회가 위탁 운영을 맡긴 AWC(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AWC와 협력업체들은 마사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총 공사비 800여 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출발한 위니월드가 불과 9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사회의 기대와 달리 위니월드에는 손님이 오지 않았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0~300명 수준에 그쳤다. 전직 AWC 직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애당초 컨셉트를 비롯해 출발부터 잘못됐다. 테마파크에 대해 잘 모르는 마사회측이 의욕만 앞세워 무리하게 개장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AWC 관계자는 “개장 당시에도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미국의 테마파크 전문회사가 개장을 만류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적자는 누적됐고, AWC는 직원들의 임금 체불은 물론 마사회에 지불하는 수수료마저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마사회측은 결국 ‘수수료를 3회 연속 미납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 등을 이유로 해지를 통보했다. 한때 70명이 넘던 AWC 직원들을 비롯해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본지와 만난 AWC 관계자는 마사회의 조치를 “공기업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갑(甲)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경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서로 협의와 지원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도록 돼 있지만, 마사회는 대화 요청마저 응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이양호 회장이 부임한 후 마사회의 비협조와 월권이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AWC는 9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직원들이 직장을 잃었는데, 몇 천 만원의 수수료를 내지 못한 것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어느 것이 더 중대한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금을 들여 만든 시설을 흉물로 방치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달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왕·과천)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마사회가 위니월드를 과천시민들을 위한 시민공원으로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사회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시민공원화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일뿐”이라고 설명했다. AWC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AWC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초 컨셉트에 맞춰 재개장하면 정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마사회는 위니월드를 무책임하게 방치해선 안 된다.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른 AWC 측 인사는 “사회적 재산인 만큼 원래 취지대로 교육 목적의 테마파크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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