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지난해 12월 국내 1호이자 여의도에 마지막 남았던 주식 시세전광판(객장)이 사라진 자리를 가상화폐 거래소 객장이 점령했다. 그만큼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세와 관심이 뜨겁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아직 가상화폐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일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위치한 세계 최초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는 외국인들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20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3층에 위치한 오프라인 가상화폐 객장 '코인원블록스'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한스경제

이곳은 일평균 거래소 3,000억원 수준의 글로벌 거래량 5위권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코인원이 지난 9월에 개설했다. 아직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60여명 선에 그치지만 오히려 외국인에는 유명한 관광명소가 됐다.

코인원 관계자는 “업무나 회의상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꼭 들러야 할 장소로 꼽힐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언론에 보도되면서 외국인이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증권사 등 금융사는 지점을 폐지하거나 통합하는 게 최근 추세지만 코인원은 오히려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객장을 열었다. 여의도에서 대신증권 객장이 철수한 것도 코인원이 이를 만들 게 된 계기가 됐다. 온라인상에서만 거래돼 실체가 없는 걸로 느껴지는 가상화폐를 객장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만만치 않은 여의도 임대료에도 애초 건물 1층에 객장을 만들려고 했지만, 나와있는 상가가 없어 3층에 자리를 잡았다. 약 330㎡(100평) 규모의 객장에서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6개 가상화폐 시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상담사들로부터 가상화폐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코인원블록스'에 설치된 비트코인 ATM/사진=코인원

코인원은 가상화폐 객장을 위해 ‘비트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수입해 배치했다. 일반 은행 ATM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으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고 ATM을 통해 비트코인 구입도 가능하다. 토요일에는 가상화폐 관련 세미나도 열어 고객의 이해를 돕는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00만원선에 다가가는 등 무서운 기세로 폭등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6,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동폭이 극심한데다, 중국 정부는 가상화폐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가상화폐 거래소 BTCC를 거래 중단 시키는 등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ICO는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를 본떠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 및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한 순간에 가상화폐가 잿더미로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은 가격이 치솟고 있음에도 계속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비트코인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버블’보다 더 나쁜 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우리가 금융위기를 통해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금융 혁신을 받아들일 때 잠재적인 위험을 많이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은행들에 실명인증 의무를 부여하고, ICO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도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는 불나방처럼 가상화폐 거래소로 모여들고 있다. 일일 거래대금은 코스닥시장을 넘어선다. 가상화폐 미래가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코인원의 객장개설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조금이라마 완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도 배경이 되는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을 이해하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은 중앙에서 통제되는 중앙집중형 네트워크와 달리 같은 정보를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가 보유하는 분산형 네트워크다. 중개자가 없이 거래되는 블록체인을 통해 보안성과 투명성도 이미 충분히 확보됐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화폐는 해외 송금이나 결제 등 실제 기술적 가치를 갖고 있어 튤립버블과는 다르다”며 “여러가지 규제가 있겠지만 결국, 가상화폐 거래소는 제도권 금융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보호를 위해 하루빨리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와서 투자자에 신뢰받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홍민 금융위 전자금융과장은 “현재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권 금융사로 편입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유사수신행위나 금융사기범죄 등 가상화폐 거래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은 금융감독원과 협력해 철저히 규제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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