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약관 난이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 데도 보험업계의 개선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조차 약관을 이해하지 못해 불완전판매가 늘고, 홈쇼핑 등 비대면채널의 청약철회 비율도 잡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업계가 가독성 테스트 등 평가 시스템을 경영평가에 포함하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약관의 난이도가 어렵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는 데도 보험업계의 자정 노력이 부족해 지지부진한 평과 결과를 낳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2일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제14차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결과’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중 약관 이해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보험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해도 평가는 생보사의 연금보험, 손보사의 일반손해보험 상품 중 신계약 건수가 가장 많은 상품 1개를 선정해 평가위원회와 일반인이 약관의 명확성(40점 만점)·평이성(33점)·간결성(15점)·소비자 친숙도(12점)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표=보험개발원

생보사의 22개 연금보험은 이번 평가에서 평균 77.4점으로 양호, 손보사의 17개 일반손해보험은 평균 63.6점으로 보통으로 평가됐다. 손보사 중에서는 우수 등급을 받은 보험사가 전무했다.

보험약관 난이도를 낮추려는 보험업계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두 차례 치러지는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에서도 지지부진한 점수가 반복되고 있다. 직전 같은 상품을 두고 평가했던 제10차 평가결과(2014년) 공시와 비교해 눈에 띄는 개선점은 없었다.

생보사들의 10차 평가 평균점수는 77.4점으로 이번 평가와 같다. 손보사들은 같은 기간 58.9점(미흡)에서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수를 나타냈다.

다른 보험상품에 대한 평가도 좋지 못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표된 제12차 평가결과 공시에서는 생보사의 제3보험, 손보사의 장기손해보험을 대상으로 이해도를 나눴다. 생보사의 제3보험 평가 평균은 74.1점으로 양호, 장기손해보험은 68.8점으로 보통에 해당한다.

보험업계가 지난 3년간 약관 평가에서 상품에 관계 없이 우수 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표=보험개발원

어려운 보험약관 탓에 불완전판매와 청약철회 비율도 잡히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GA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이 0.82%에 달했다. 전속설계사(0.3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험업법 제128조의 4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소비자와 모집자를 대상으로 보험약관 이해도를 평가하고 공시하도록 하지만, 보험대리점은 대상에서 제외돼 보험개발원의 평가결과 공시에도 빠져있다.

김 의원은 “무분별한 인력스카우트로 철새 설계사를 양산하고 내부통제와 교육체계가 부실한 것이 원인”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대리점은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비율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홈쇼핑 채널도 ‘감언이설’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18개 보험사가 올해 상반기 홈쇼핑 채널에서 따낸 신계약(44만9,857건) 대비 청약철회(5만7,063건) 비율은 12.68%로 10명 중 1명 이상이 조기에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약관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혜택만 보고 가입했다가 계약을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험약관 난이도 조절을 보험사의 경영평가에 포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석영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평가 결과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해도 평가 결과를 보험회사 경영평가 등에 명시적으로 반영하거나, 신상품 인허가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이 각각 ‘가독성 테스트(Flesch)’와 ‘평가표’를 보험사 자체 평가 규정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자체 평가 시스템 규정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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