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서예지에게 OCN 종영극 ‘구해줘’는 여운이 남는 드라마다. 촬영 내내 가위에 눌리고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호평이 쇄도했다. 그래서 보람도 있었다. “더 애정 하고 항상 기억될 작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구해줘’는 드라마 최초로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파헤쳤다. 서예지는 사이비 종교 구선원에 감금된 소녀 임상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성수 PD는 서예지를 보자마자 ‘딱 상미다!’라며 외쳤다고.

“감독님이 생각한 상미와 싱크로율이 100%라고 하더라.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을 생각하면서 상미에 녹아들려고 노력했다. 실제 성격도 상미와 비슷하다. 능동적이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하는 편이다.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은 공존해 있다.”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조성하)는 상미를 성 노리개 삼았다. 조성하는 상미를 향한 백정기의 마음을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표현했지만, 서예지의 입장은 달랐다. 그저 “사탄마귀 일 뿐이다. 인간이라면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다. 종교적으로 접근해 자기가 신이라고 믿는 신도들에게 여자의 몸을 받쳐야 된다고 하지 않았냐. 이건 절대 사랑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백정기를 주축으로 강은실(박지영)과 조완태(조재윤)는 구선원 실세로 활약했다. 서예지는 누가 뭐래도 “가장 나쁜 사람은 백정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정기의 죽음은 정말 통쾌했다. 다만 상미가 아버지를 구하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전체 분위기는 어두웠지만 촬영장은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했다. 조성하를 비롯해 조재윤, 김광규, 손병호 등의 개그에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감정신이 많은 서예지에겐 곤욕일 수밖에 없었다. 옥택연, 우도환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도 최고였다. “도환이는 ‘선배님~선배님’ 하면서 많이 따랐다”고 좋아했다.

서예지의 실제 종교는 기독교다.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전혀 출연을 망설이지 않았다. 종교가 있다고 해서 개인적인 부분을 작품에 대입하지 않았다. 종교는 종교고 연기는 연기니까. 극중 교회에서 보여 지는 행위가 있지 않냐. 예를 들어 크리스찬들은 은사에게 축복 받을 때 방언을 한다. 사이비종교도 죄다 방언을 하고…. 종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모든 게 사이비 집단의 행위로 비춰질까봐 조금 걱정됐다.”

극중 신들린 듯한 방언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서예지는 1~16회까지 매회 힘들었지만 방언 연기는 역대급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NG 한 번 없이 OK 사인을 받았다. 방언 연기 자체가 힘든 건 아니었다. 그 안에 “백정기를 속이기 위해 계략을 펼치는 상미의 고군분투와 엄마에 대한 슬픔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연기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호평해줘서 감사했다”고 미소 지었다.

‘구해줘’는 반 사전제작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종영 한 달 전쯤부터는 시청자 마인드로 방송을 볼 수 있었다. 댓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까지 작품하면서 “이렇게 반응을 세심하게 본 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사회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냐. 종교에 상처 받거나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도 궁금했다. 다들 너무 몰입해서 보더라. ‘보는 나도 괴로운데, 연기하는 서예지는 얼마나 괴로울까’라며 걱정해주는 댓글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많이 힘들었지만 어느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못했었다. 시청자들이 알아줘서 이거보다 최고의 위로는 없다고 생각했다.”

힘들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건 김성수 PD였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가서도 상미에게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서예지는 “중간 지점부터 많이 힘들었다. 감독님이 상미가 이런 마음일 거라며 타일러줬다. ‘구해줘’ 하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감독님”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방송 내내 2~3%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종회는 약 5%로 종영했지만 “완성도는 최고였다”고 자부했다. 시청률만 바라봤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대본, 연출, OST까지 완벽했다. 현신을 반영한 결말도 좋았다”고 했다.

시즌2 관련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흔쾌히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서예지는 시트콤 ‘감자별’과 함께 ‘구해줘’를 인생작으로 꼽았다. “이런 고통을 또 어떻게 견딜까 싶지만 상미 캐릭터 성격만 바꿔주면 좋겠다. 아버지가 아직 구선원에 남아있으니 시즌2는 ‘구해줘’ 말고 상미가 ‘구해줄게’로 하고 싶다. 물론 백정기가 부활하는 건 반대다. 실제로 사이비 종교 피해를 본 사람들은 계속 상처로 남아있지 않냐. 상미가 대신 아팠으니까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으면 한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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