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업계가 경쟁사 보험설계사 ‘인력 빼내오기’에서 ‘있는 인력 지키기’로 돌아서고 있다.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계약 수수료가 높은 독립보험대리점(GA)이나 다른 보험사로 옮기는 일이 잦아져서다. 보험업계는 전속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고아계약과 불완전판매 등 고질적인 문제도 해결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회사 21곳의 13개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이 평균 40.2%로 집계됐다. 보험설계사 10명을 뽑으면 6명은 1년 이내에 전속 보험사를 떠난다는 이야기다.

설계사 정착률은 매년 오르는 추세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곧바로 회사를 떠난다. 설계사 정착률은 2014년 34.2%, 2015년 37.0%에 오른 뒤 지난해에는 40%를 약간 웃돌았다.

보험설계사의 절대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정착률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실제 고용이 안정됐다기 보다 비대면 채널의 확대로 전체 설계사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소속 전속설계사는 23만1,000명에서 19만7,000명으로 감소했다. 생보업계로 한정하면 2012년 말 15만7,004명이었던 전속 설계사는 2015년 12만8,729명으로 18% 줄었다. 2012년을 시작으로 하락세는 매해 이어지고 있다.

철새 설계사가 고아계약과 불완전판매를 양산하면서 보험산업이 질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아계약이란 설계사 채널로 보험에 가입했지만 설계사가 계약 기간 안에 회사를 떠나면서 담당자가 사라진 보험을 일컫는다.

보험업계에서는 ‘철새설계사’의 수를 1만6,000명에서 2만명까지 예상하고 있다.

사진=삼성생명

보험설계사 이탈을 막기 위한 보험업계의 노력은 각양각색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설계사 교육과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보험설계사를 위한 전용 브랜드 론칭 등 다양한 복지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교육은 전속설계사로 3년 이상 일한 장기 설계사를 대상으로 치러진다. 삼성생명은 지난 19일 우수 재무설계사를 대상으로 산학연계 교육과정인 ‘연대-삼성 금융리더 과정’을 신설하고 1기 입학식을 열었다. 삼성생명에서 10년 이상 영업활동을 하고 실적이 우수해 명인의 칭호를 받은 재무설계사 32인이 대상이다.

지난 8월에는 ‘인생금융전문가, 삼성생명 FC’를 론칭하고 설계사 명함 교체, 사무용품과 인쇄물, 광고 등 사내외 물품에도 브랜드 이미지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DGB생명도 장기활동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대한 교육을 이어오는 중이다. 한화생명은 경력단절 여성 특화 보험설계사 조직인 ‘리즈(Re’s)’를 출범했다. 교보생명도 30~40대 직장 경력이 있는 여성들로 구성된 ‘서울 퀸(K-WIN) FP지점’ 설계사 조직(광화문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푸르덴셜생명도 지난해 말 ‘여성 세일즈 매니저 특별 채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복지를 강화해 전속 설계사의 애사심을 높여야 철새 설계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설계사 복지를 높이는 한편 떠난 설계사가 GA채널에서 일정 기간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강경책을 펼치는 보험사도 있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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