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차기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만든 ‘부산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고향이 부산인 이사장을 요구할 정도로 거래소에 적극 관심을 보내는 지역 민심이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라는 설명이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자

부산은 거래소를 통해 지역경제를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정 사장 이사장 내정 이후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25일 “2005년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첫 부산출신 인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을 환영한다”며 “한국거래소가 명실상부한 부산기업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기를 강력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서울 중심의 접근법으로 한국거래소 부산본사의 위상은 끊임없이 도전 받아왔으며 부산의 금융중심지로서의 위상도 금융단지에 건물만 올라갔을 뿐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파생금융중심지로 자리잡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 부산본사의 위상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그렇게 제 2의 도시라는 부산(광역시)은 거래소에 집착할까. 무엇보다 지역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가 없어 거래소라는 경제적 발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4월 기준 16개 시·도별 임금 및 근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의 1인당 평균임금은 2,985만원으로 16개 도시 중 14위를 기록했다. 가장 임금이 높은 울산(4,128만원)보다 27.69%나 낮았다. 2위인 서울(3,830만원)에 비해서도 21.86% 밑돌았다.

부산 거래소 한 직원은 “대기업은 모두 수도권으로 빠지고 주력이었던 신발산업이 쇠퇴한데다, 기대를 모았던 르노삼성자동차마저 부진해 부산 경제가 침체되고 대표하는 기업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됐다”며 “거래소가 경제적 기여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상징적 의미를 통해 부산이 (파생)금융중심지라는 비전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려고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관심이 많고 다른 대기업처럼 서울로 거래소가 돌아갈 것이라는 공포감도 보이고 있다”면서 “서울에는 다른 대기업도 많지만 부산에는 거의 없다보니 시민단체 등이 더욱 발벗고 나선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거래소 내부에서는 부산 시민단체 등이 지나치게 민간기업인 거래소에 간섭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이사장 선임 절차도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온다.

서울에서 일하는 한 거래소 간부는 “거래소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닌데, 시민단체가 법적인 권한도 없이 거래소 경영에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거래소가 이사장 고향을 고려한 적이 없는 데 부산 출신 문재인 대통이 집권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특히 이번에는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하면서 논란의 소지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