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공략에 나선다.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해외영업본부 아·중·아(아시아·중동·아프리카)실 산하에 ‘아세안 태스크포스(TF)팀’을 새로 만들었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0개국을 가리킨다.

아세안TF는 동남아 시장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시장 조사 및 관련 법규 점검 등을 맡을 예정이다. 정방선 아·중·아 실장이 직접 팀장을 맡아 아세안 공략에 무게를 싣는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 생산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0여명을 배치해 정 팀장을 지원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아세안 지역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판매량 316만4,742대 수준이다. 인도네시아가 약 110만대로 가장 많다. 태국이 약 80만대, 말레이시아가 약 65만대로 뒤를 잇는다. 필리핀은 30만대, 베트남은 20만대, 싱가폴은 10만대 가량 판매 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시장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전 세계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판매량 약 8,400만대다. 5%를 채 넘지 못한다. GM이 동남아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호주에서 홀덴 공장을 철수하는 데에도 이같은 배경이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기아자동차의 세라토(왼쪽), 모닝(가운데)이 베스트셀링카 10위 안에 드는 차다. 기아자동차 베트남 홈페이지에서 할인 이벤트를 안내하는 이미지. 기아자동차 베트남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들어 높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잇따르면서 자동차 업계의 시각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평가 기관에 따라 2020년까지 400~500만대로 확대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아세안 지역 자동차 시장의 높은 잠재력은 우선 치솟는 경제 성장률에서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은 연간 5%에 달한다. 태국이 2016년 기준 3.2%로 낮은 편이지만, 동남아 지역의 자동차 생산 기지 역할을 맡아 2016년 194만4,000만대를 생산한 자동차산업 중심지다.

아직 자동차 보급률이 턱없이 낮다는 점도 자동차 산업 성장 가능성을 높인다. 아세안 지역 인구는 6억2,2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나 된다. 하지만 1,000명당 자동차 보급대수는 인도네시아도 100대 미만에 불과하다. 가장 보급률이 높은 말레이시아도 400대 수준으로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채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가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토요타 VIOS는 아세안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세단이다. 토요타 제공

우선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장악력이 크게 높다. 일본 브랜드는 1960년대부터 동남아 진출을 시작해 1970년대에는 태국을 비롯한 지역에 생산 기지를 늘려왔다.

현지 점유율은 아세안 전체에서 90% 이상, 인도네시아에서는 무려 98%를 넘는다. 반면 현대차는 아세안 전체에서 2%, 인도네시아에서는 0.2%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를 합친 아세안 지역 판매량은 작년 11만8,114대에 머물렀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아세안 국가간 FTA도 문제다. 아세안 역내에는 완성차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세안과 FTA를 맺고 있지만, 완성차에 대해서는 64~80%의 관세를 적용 받는다.

농업과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현지 특성상, 승합차와 픽업트럭도 인기 차종 중 하나다. 포드 레인저(왼쪽)와 토요타 하이에이스. 각 사 제공

때문에 현지 공장이 있는 일본 브랜드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페로두아(Perodua)와 프로톤(Proton) 등 아세안 지역 브랜드들도 영향력을 확대할 조짐이다.

한 인도네시아 업계 전문가는 "일본 브랜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오랜 기간 지역에서 신뢰를 쌓고 정부 방침에도 즉각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또 중고차 판매가 쉽고 부품도 저렴하다"며 일본 브랜드 영향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베트남에 상용차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등 지역 투자를 확대하면서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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