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보험설계사 노조 설립이 막상 설계사들에게는 뜨끈미지근한 반응을 얻으면서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보험업계는 자유로운 직업 활동을 바라는 보험설계사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라며 직업특성에 따른 신중한 노동정책을 주문했다. 반면 보험인 단체는 보험사가 노조와 산재보험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해 설계사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연구원은 31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입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간해 삼성·한화·교보 등 생명보험사 8개사 전속설계사 800명을 전화로 설문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계사들은 고용형태로 근로자(19.4%)보다 개인사업자(78.4%)를 더 선호했다. 세금을 납부할 때도 근로소득세(19.5%)보다는 사업소득세(76.4%)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뜨거운 감자’ 였던 노조 설립에 막상 보험설계사들은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노조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33.9%만 '가입한다'고 답했다. 53.9%는 '가입하지 않는다', 12.3%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산업재해보험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도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설계사들은 산재보험(14.3%)보다는 단체보험(85.7%)을 더 선호했다.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에 65.0%가 반대해 찬성 의견(29.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정원석 연구위원은 “설계사는 소득감소에 의해 자의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비자발적 실업 때에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 가입은 보험료만 내고 혜택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직접 만나본 설계사들은 사실 노조에 큰 관심이 없다”며 “보험설계사를 선택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이 자율성이고, 설계사 추세도 GA로 바뀌고 있어 사실상 노조를 바라는 분위기가 사그라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조사에서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었다”며 “보험설계사를 아르바이트로 인식하느냐, 평생 직업으로 인식하느냐의 차이로 보인다. 평생 직종이라고 생각한다면 노조에 찬성을, 저임금이라도 자유롭기를 바라면 반대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보험인 단체들은 설문조사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보험설계사들이 정확한 해설을 듣고 득실을 따졌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연구원 측은 연구 결과에서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없었고, 연구기관에 업무를 일임해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전 대한보험인협회) 대표는 “고용노동부에도 설문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며 “설문조사할 인원을 정해놓고 노조와 산재보험 가입에 부정적인 교육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맞섰다.

이어 “산재보험, 고용보험은 국가가 필요성에 의해 노동자에게 도입하는 제도이자 국민의 기본적인 보호 장치다”라며 “이런 정책을 설문조사 결과로 다루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덧붙였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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