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여회현은 KBS2 종영극 ‘란제리 소녀시대’로 행복한 꽃길이 열렸다. 첫 주연을 맡아 부담감이 컸지만 또래 배우들이 많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9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사춘기 소녀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 여회현이 연기한 손진은 ‘대구의 남진’이라고 불리는 전교 1등 엄친아다.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은 “누가 봐도 손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회현은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대중들이 많이 알아봐줘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확실히 공중파 미니시리즈 주연을 하니까 인지도도 높아지고 가족들이 정말 좋아한다. 부담이 많이 되고 앞으로 연기하는데 책임감도 느껴진다. SNS에 댓글을 달거나 개인적으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는 팬들이 많은데, 하나하나 답장을 못해서 죄송하다.”

손진은 수많은 여고생들을 설레게 한 킹카다. 수려한 외모에 공부도 잘하고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손진과 비슷한 점을 묻자 “거의 없다”고 손사래 쳤다. “학창 시절에는 조금 가볍고 말도 많고 발랄한 학생이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손진처럼 ‘완벽한 남자는 어떤 기분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공부는 기본, 운동도 잘하고 인기까지 많은 거 아니냐.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상상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이정희(보나)는 ‘손진 바라기’였다. 극중 정희가 손진을 좋아하며 상상하는 신은 재미를 더했다. 여회현 역시 “정희가 저수지에 빠졌을 때 내가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구해주는 신이 있었다. 정희의 상상 신이었는데 촬영할 때 재미있었다. 당시 엄청 추워서 둘 다 바들바들 떨었다. 둘이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대야 안에서 몸을 녹였다. 온 종일 찍었고 날씨도 정말 추웠는데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우주소녀 보나 뿐만 아니라 서동주, 채서진, 씨엔블루 이종현 등 또래 배우들과 촬영은 늘 행복했다. 스스로 “이렇게 행복한 촬영장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종현은 맏형 닫게 동생들을 잘 이끌어줬다. 서동주와는 극중 보나를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했지만, 실제로는 둘도 없는 형, 동생 사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촬영 때 서동주와 함께 여주인공인 보나에게 깜짝 파티를 해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마지막 촬영 때 보나 혼자 단독 신을 찍는 게 마음에 걸렸다. 기특하게 영주가 먼저 연락 와서 ‘같이 케이크를 준비해서 놀라게 해주자’고 하더라. 나보다 동생인데 생각이 깊다. 도희까지 모여서 케이크 촛불 불고 촬영을 마무리했다. 보나가 펑펑 울더라. 촬영을 잘 마무리해 뿌듯하면서 아쉽고 슬펐다.”

여회현은 전라도 광주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거의 생활했다. 대구 사투리는 가장 큰 숙제였다. 대구가 배경인데 부산 사투리를 쓴다고 지적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로 어려울 줄은 몰랐다. 사실 드라마 끝날 때까지 해결이 안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감독님과 보나가 대구 출신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서울 사람들이 아는 경남 사투리는 대부분 부산이더라. 대구 분들이 화내는 게 어느 정도 이해됐다. 사투리만 신경 쓰면 연기에 집중하지 못해 감정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손진은 어장관리남으로 불렸다. 초반에 박혜주(채서진)를 좋아하면서 정희에게 거짓말했기 때문. 이후 손진은 혜주보다 정희에 호감이 커졌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희는 배동문(서동주), 혜주는 주영춘(이종현)과 짝을 이뤘다. “정희와 동문이가 연결된 게 예뻐서 대리 만족했다”고 웃었다. ‘어장관리남의 최후’라는 표현에 대해선 “속상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손진이 나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이 서툴렀던 것 같다. 정중하게 거절하는 걸 잘 몰라서 마치 어장관리 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 실제로 연애하면 올인 하는 스타일이다. 여자 친구한테 정말 잘해준다”고 강조했다.

‘동문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엔 “생각해본 적은 있는데 영주보다 잘할 자신이 없다. 내가 연기했다면 또 다른 동문이가 나왔겠지만 손진 캐릭터가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8부작으로 종영했다. 4%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반응만큼은 뜨거웠다.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다. 여회현에게 ‘란제리 소녀시대’는 따뜻한 작품이다. 드라마 내용뿐만 아니라 함께 작업한 배우 및 스태프 모두 “포근하고 따듯했다. 그래서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일상에서도 “대중들이 드라마 잘 봤다며 팬이라고 해줄 때 힘이 많이 된다”고 짚었다.

여회현은 2015년 KBS2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데뷔, 3년여 만에 눈부시게 성장했다. ‘육룡이 나르샤’ ‘마녀보감’ ‘기억’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고, ‘란제리 소녀시대’로 주연 데뷔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행복했던 순간들이 정말 많다. 물론 오디션 볼 때마다 떨어지고 무시 당한 적도 많았다. 과분한 관심 덕분에 운 좋게 인정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고 소위 ‘꽃길’을 걷는 기분이다. 앞으로도 꽃길만 걸을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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