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앞으로 금융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체인아이디'(CHAIN ID')를 통해 한 번의 인증으로 여러 증권사에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인증서도 3년에 한 번만 갱신하면 된다.

금융투자협회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빌딩에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투자업권 공동인증 서비스 CHAIN ID 오픈 기념식을 열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체인아이디'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동인증 서비스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 증권사에서 인증 절차를 거치면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다른 증권사에서도 바로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폐쇄형 중앙집중식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간(P2P) 방식 네트워크에 분산하고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기술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만큼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해 보안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과 보안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안이 강화됨에 따라 현재 1년인 인증서 갱신 기간도 3년으로 길어진다.

금융투자협회 산하 IT위원회는 작년 4월부터 회원사와 협력해 블록체인 분과를 구성해 기술분석 등을 진행했고 10월에는 26개 금융투자회사와 5개 기술업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발족했다.

앞줄 왼쪽부터 디아이 이경준 대표, 서강대 정유신 교수, 서강대 김용진 교수, 대신증권 나재철 대표, SBI리플아시아 오키타타카시 대표, 금융보안원 허창언 원장,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 키움증권 권용원 대표, 유안타증권 서명석 대표, 유진투자증권 유창수 대표, NH투자증권 백종우 상무/사진=금융투자협회

이날 시작되는 시범서비스에는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가나다순) 등 11개사가 참여한다.

시범서비스 기간 초반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상에서 조회 전용 서비스만 오픈되며 향후 시스템 안정화에 따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주문, 이체 등도 가능해진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투자업계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공동인증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업계의 야성을 보여준 쾌거라며 "이 분야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현재 블록체인이 가상화폐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보안 청산 결제 등 금융산업 전반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넓혀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오픈기념식에는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인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영상 축사를 했다.

탭스콧 CEO는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다수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블록체인 공동인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다"며 "이번 서비스 오픈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경제산업 전반에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 전 금투협을 찾아 황영기 회장 등과 환담을 가지기도 했다.

컨소시엄은 연내에 전 금융투자업권으로 '체인아이디' 활용을 확대하고 내년에는 은행, 보험, 카드 등 국내 타 금융권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채권청산결제, 2020년부터는 장외주식거래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는 로드맵도 세웠다.

금투협은 이날부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인정보 노출 시 정보 노출 사실과 피해 정보를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기관에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도 가동한다.

김정아 금투협 경영지원본부장은 "복잡한 현재의 공인인증 제도를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 금융소비자는 안전하고 편리한 전자금융거래 서비스를 누리고, 금융회사도 적은 비용으로 보안을 강화하는 효율적 금융 정보기술(IT) 환경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채권청산결제와 장외주식거래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금융투자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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