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비트코인이 연일 폭등세를 보이면서 6,300달러선을 첫 돌파한 가운데 투자자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보다 더 안정한 제도권 상품에 대한 요구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알아서 관련 상품 출시를 포기하고 있다. 자칫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을 만들어보려다 금융당국에 찍힐 수 있어서다.

31일 P2P업계에 따르면 코리아펀딩은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담보 투자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상품의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기준가를 잡고 대출해준 뒤 기준가 140% 아래로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면 대출자에 유지 증거금을 추가로 요청하고, 125%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통해 원금을 회수한다.

국내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심해 가상화폐가 자산가치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이에 관련 제도권 상품 출시가 사실상 원천 봉쇄된 상태지만, 코리아펀딩은 ‘24시간 모니터링 및 대응 시스템’을 활용해 이를 투자상품으로 만들었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김해동 코리아펀딩 대표는 “우려와는 달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이 잘 형성되면서 지난해부터 상품을 구상해왔다”며 “가상화폐가 현금성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제도권 금융사에서 상품을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바로 반대매매에 들어가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틈새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등 제도권 관련 상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나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투자자보호에도 손을 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투자자보호에 나서면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게 돼 금융당국은 거래소 등 취급업자 중심으로 소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산운용사는 관련 펀드나 ETF 출시를 알아서 포기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비트코인거래소인 코빗과 제휴해 비트코인 ETF를 준비했다가 한국거래소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래소와 접촉 없이 포기했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당장 비트코인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 거래소 문을 두드려보지 않고 자체적으로 상품 출시 고려를 중단했다”며 “선진국에서 먼저 물꼬를 터주지 않는 한, 관련 ETF 등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역시 금융당국에 찍힐까봐 아예 얘기도 꺼내기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 (가상화폐를) 적합한 투자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사정은 글로벌 최고봉 자본시장인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도 아직 가상화폐 관련 ETF나 ETN은 없다.

올 초 유명 비트코인 투자자인 윙클보스 형제가 개발한 비트코인 ETF의 상장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부했다. 미국 외 지역에서 이뤄지는 상당수 거래에 대한 규제가 어렵고 투자자와 대중을 보호하는데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이더리움의 ETF인 ‘이더인덱스 이더 트러스트 ETF(EtherIndex Ether Trust ETF)’의 상장 신청을 허용하지 않았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에 100% 연동된 상장지수상품(ETP)은 스웨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증권(ETN) ‘비트코인 트래커 원(Bitcoin Tracker One)’이 유일하다.

이 ETN은 홍콩 비트피넥스, 영국 비츠스탬프, 미국 지닥스 등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소 3곳의 하루 평균 비트코인 변동 폭만큼 수익을 낸다. ETP는 추종지수가 반드시 필요한데, 마땅한 지수가 없는 가상화폐 핸디캡을 여러지수 평균을 통해 극복한 상품이다.

하지만 미봉책인데다, 글로벌 증시의 변방인 스웨덴 증시에 상장돼 있어 국내 투자자는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단은 비트코인 관련 EMP나 펀드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선물지수가 먼저 나오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은 “비트코인이 대부분 사설 거래소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현물지수는 공인된 가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먼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선물이 거래소에 상장되고 이를 기초로 한 선물지수가 나오고 그 다음에 이를 추종하는 ETP가 나오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되지 않아 관련 선물지수가 나와도 ETP가 나오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는 내년 초에 비트코인 현금결제형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관련 ETP도 뒤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설령 가상화폐 ETP가 나온다고 해도 화폐로 인정되지 않는 한 증권사나 운용사가 회계처리 시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윤채성 신한금융투자 에쿼티파생부 팀장은 “가상화폐 ETN 출시를 정말 하고 싶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또, 투자자 환매 등으로 증권사도 가상화폐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자산으로 봐야할지 회계적으로 혼란이 생기는 등 내부적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푸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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