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은행권이 가상화폐(디지털화폐) 시장을 향한 공략태세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이미 올해 연말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은행도 생겼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달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조만간 발행될 가능성은 작고 발행되더라도 은행 간 거래(국내거래)나 중앙은행 간 거래(국내거래)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분산·암호화해 기록하는 방법이다. 거래에 관여한 모든 컴퓨터가 동시에 기록을 보유하기 때문에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문을 연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 대형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연내 디지털화폐(가칭 ‘위비코인’)의 발행을 추진한다. 현재 블록체인 및 디지털 화폐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기술업체 더루프와 함께 화폐발행 및 충전, 개인간 송금, 가맹점 결제 등을 테스트하기 위한 전산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연말까지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임직원 160여명을 대상으로 위비코인을 발행해 사내 가맹점이나 스마트 자동판매기 결제를 통해 시범운영할 방침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검증 및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은행 디지털사업부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추진하는 블록체인 사업은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를 다루기보다는 가상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의 은행 업무에 적용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며 “디지털화폐 시장진입이 아닌 블록체인 기반기술에 금융 서비스를 입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은 여전히 개발 진행 중인 기술이며 개인정보 식별성 여부, 정보 공유 등의 법 제도 관련 이슈가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해소된다는 가정하에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으로 은행에서 전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폐의 실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안정성이나 편리성 등이 검증되면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KEB하나은행은 포인트 제도인 ‘하나머니’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가상계좌를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상화폐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개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기술적 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방침도 확실하게 나온 상태라 초반에 뛰어든 은행들의 성과를 보고 점차 뛰어드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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