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실제로 태닝을 12회 정도 했어요. 진짜 형사처럼 보이고 싶었거든요.”

마동석, 윤계상만 있는 게 아니다. 흥행 영화 ‘범죄도시’에는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했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오로지 간절한 마음 하나로 뭉친 이들은 영화를 빛내는 흥행 공신이다.

허동원 역시 마찬가지다. 극 중 마석도(마동석)의 오른팔 형사 오동균 역을 맡은 허동원은 이질감 없는 형사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하얀 피부를 12번이나 태닝했고, 실제 형사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마치 ‘실제 형사’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는 허동원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느 덧 600만 관객을 훌쩍 돌파한 ‘범죄도시’다. ‘타짜’(568만 명)를 제치고 역대 청불 영화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변작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오로지 관객들의 입소문 하나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허동원 역시 “이 정도의 흥행은 예상하지 못했다. 다들 ‘열심히 찍자’는 말뿐이었지 영화가 잘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허동원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SNS ‘댓글요정’으로 활약했다. 개봉 3일 전부터 ‘범죄도시’ 홍보에 전력을 다했다. 각종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게시물에 일일이 감사 댓글을 달며 영화를 홍보했다. 공식적으로는 5,000개, 비공식적으로는 1,0000개 가량의 댓글을 달았다. 광고 계정으로 오해 받아 SNS상에서 차단을 당하기도 했고 휴대폰 유심칩을 갈아 끼웠다.

“오랫동안 공연을 하면서 썼던 홍보 방법이에요. 연극할 때도 SNS 소문이 중요하니까요. 그 당시 한 400개 정도 달았었는데 이번에 ‘범죄도시’ 댓글은 5,000개가 훌쩍 넘어가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사연이 있는 분들 위주로 댓글을 남겨요.(웃음)”

허동원이 이렇게까지 홍보에 열을 올린 이유는 ‘범죄도시’를 향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범죄도시’는 허동원이 지난 해 마지막으로 본 오디션에서 합격한 작품이다. “이런 게 바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제가 오동균 역을 맡을 줄은 몰랐어요. 오동균 역은 사실 상 어느 정도 내정이 돼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극 중 조선족을 뽑는 오디션이었거든요. 그래서 이틀 동안 세수도 안하고 갔는데 오동균 역을 맡게 됐죠.”

허동원은 맡고 싶었던 배역으로 위성락(진선규)을 꼽았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위성락 캐릭터에 반했다고 했다.

“위성락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영화로도 캐릭터가 잘 표현됐지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끝이다’라고 생각했죠. 너무 욕심이 났어요. 그래서 씻지도 않고 이 역할만 분석한 것 같아요. 조선족들이 쓰는 말까지 배우고 연습했는데 형사를 시키시더라고요. (웃음)”

말은 이렇게 해도 누구보다 자신이 분한 오동균 역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극단 ‘웃어’ 단원인 허동원은 같은 극단인 안혜경의 도움을 받아 현직 경찰들을 만났다. ‘자연스러운 형사’를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안)혜경 누나 집안이 경찰 집안이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만남을 주선해줬죠. 금천 경찰서 형사 분들도 많이 만났고요. 처음에는 국내 형사물을 찾아봤는데 나중에는 안 보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어디선가 봤을 것 같은 연기가 나올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형사 분들과 최대한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범죄도시’ 촬영장은 그야말로 훈훈했다. 마동석, 윤계상, 최귀화를 비롯한 배우들은 출연 분량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조·단역을 배려해 자신의 장면을 나눠주기까지 했다.

“사실 경찰서 안에서 오동균과 전 반장(최귀화)이 싸우는 신은 최귀화 형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장면이에요. 원래는 그런 느낌의 장면이 아니거든요. 귀화 형이 저한테 한 번 화를 내면 어떠냐고 해서 만들어진 장면이에요. (윤)계상이 형도 자신의 분량을 (진)선규 형, 성규에게 나눠줬어요. 여기에 강윤성 감독님, 촬영 감독님의 배려가 있어서 캐릭터들이 다 살았던 것 같아요.”

허동원은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2007년 연극 ‘유쾌한 거래’로 데뷔한 후 약 10년 동안 연기 활동을 이어가며 단 한 번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산다”며 웃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있겟죠. 공연이 없으면 또 예전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10년 동안 겪었어요. 작품이 또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들 때문에 내가 느껴야 할 기분이나 행동들을 못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허동원에게 ‘범죄도시’는 먼 훗날에도 향수를 느끼게 될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을 촬영하며 지칠 때마다 힘이 될 작품이라고 했다.

“‘범죄도시’는 앞으로도 계속 기억에 남을 작품이죠. 이 작품이 주는 향수를 계속 느끼면서 살 것 같아요. 마냥 힘든 작품에 출연해도 ‘범죄도시’를 생각하며 힘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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