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유리정원’ 속 재연(문근영)은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과학도다. 후배에게 아이템을 도둑맞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빼앗긴다. 모든 것을 잃고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재연은 자신을 처절하게 망가뜨리며 에너지를 내뿜는다. 강한 듯 보여도 한 없이 여리고 순수한 재연은 문근영이라는 배우를 만나 날개를 편다.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며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어필한 문근영의 변신이 새롭다.

문근영은 ‘유리정원’의 시나리오를 읽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작품을 선택했다. 재연을 이해했고,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명왕성’(2012년) ,‘마돈나’(2014) 등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지적한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역시 한몫 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예뻤다고 할까요? 예쁘고, 슬프고, 아픈 감정을 모두 갖춘 작품이었어요. 누군가 재연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로서 욕심이 나기도 했고요. 감독의 전작들도 본 뒤라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어요. 저와 작업할 때 어떻게 소통이 되고 그 힘들이 발현되는 걸 보고 싶었죠.”

‘유리정원’은 소규모 제작비의 독립영화다. 주로 상업영화를 해 온 문근영의 색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사실 이전 같았으면 분명히 비상업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문근영과 신 감독은 배우와 연출자로서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던 때 신 감독을 만나 격 없는 대화를 나누며 돈독한 사이가 됐다.

“감독과는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한테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전혀 그런 의식을 하지 않았어요. 늘 했던 생각들을 솔직히 얘기했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대화가 잘 통했던 것 같아요.”

문근영은 마냥 어둡게 보이는 재연과 닮은 면이 있다고 했다. “우울할 땐 되게 우울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감정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고 도통 화를 내는 법이 없는 재연과 실제 성격이 닮았다고 했다.

“자극을 받으면 쏟아내야 하는데 전 그렇게 못 해요. 화를 내는 게 불편하거든요. 그게 폭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방식대로 화를 내요. 재연의 성격이 이해가 돼서 더 연기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해 30대에 접어들기까지 대중의 시선과 함께했다. 연기 경력 20년을 바라보는 배우가 된 문근영은 주어진 틀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내심 힘들다고 털어놨다.

“제가 가진 피해의식이나 열등의식일 수 있는데 항상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다 보니 한편으로는 누굴 만나도 겁을 먹게 되더라고요. 저를 보는 건지 문근영이라는 틀 안에서 보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틀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저를 봐 줄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요.”

문근영은 지난 2009년 SBS ‘바람의 화원’으로 역대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일찌감치 대중에게 좋은 배우로 인정받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못했다. 올해 초 급성구획증후군으로 7개월 간 네 차례 수술을 받고 완치한 뒤 또 다시 배우로서 왕성히 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저를 평가하는 기준이 빡빡해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순간 나태해질까 봐 그런 것 같아요. 머무는 것도, 안주하는 것도 싫거든요. 또 그런 것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것도 싫어요. ‘잘했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에도 또 의심을 하게 돼요. 나를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네요. 이제는 건강도 좀 챙기고 관대해져야겠죠?”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