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현] 금융권이 요동치고 있다. 채용비리와 부정 청탁, CEO 교체와 인선 잡음, 관료출신 올드보이의 귀환 등으로 적폐청산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추락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 몰아친 금융권의 현주소다.

적폐청산이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옳지 못한 경향이나 해로운 현상을 깨끗히 씻어버린다는 의미다. 적폐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은 그 어느 때보다 깊다. 그런데 시기가 문제다. 금융권을 겨누는 사정의 칼 끝이 자칫 금융 낙하산, 관치금융의 귀환을 부르는 칼부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권이 요동치고 있다. 채용비리와 부정 청탁, CEO 교체와 인선 잡음, 관료출신 올드보이의 귀환 등으로 적폐청산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추락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우리은행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이광구 행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을 하며 봉합에 나섰다. 표면적으로 감사원의 금융감독원 감사결과 우리은행 신입사원 채용 청탁이 적발되며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로 확산일로 됐다. 안으로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한일은행 대 상업은행 출신들간 갈등으로 비롯된 계파싸움이 단초가 돼 알려지게 됐다.

어떤 이유에서든 채용비리가 있어서는 안된다. 다만, 내부출신 CEO의 지휘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된 우리은행의 숙원인 민영화를 미완성으로 남길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혹시 계파간의 미움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은행을 흔들어 놓는 심보라면 소탐대실일수 밖에 없다. 더욱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행추위에 참여할 경우 외부 인사 수혈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완전 민영화의 시계가 멈출 수 있다. 또한 순서가 뒤바뀌었다. 우리은행 청탁과 연루된 금감원 내 인사를 먼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여죄를 추궁하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리은행 관련자를 처벌하면 된다.

우리은행을 조직적으로 저지른 채용 비리의 온상인양 내몰면 안된다.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위원회의 산하기관이다. 금융위원회는 정부기관이다. 우리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이지만 정부의 입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은행에 여죄를 묻기 전에 먼저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KB금융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놓고 노조와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노조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사측이 개입한 의혹을 제기하며 KB금융그룹을 압수수색했다. 노조는 앞서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과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외치며 금융지주 회장 선임 무효를 주장하며 힘겨루기했다. 사측은 진실 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노조는 거절하며 경찰 고발에 이르렀다. 세간에는 차기 회장 하마평이 나돌 시기에 정부측 인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내세웠지만 특정 인사를 앉히기 위한 속셈이라는 것. 외풍을 이겨 낸 KB금융으로서 내부 출신의 CEO의 진두지휘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나금융그룹 노조는 경영진을 거세게 성토하고 나섰다. ▲최순실 관련 금융농단 ▲인사 전횡 ▲노조탄압 ▲언론 통제 ▲황제 경영 등으로 공동투쟁본부까지 만들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공공성의 강화를 위해 김 회장의 연임을 극구 반대하며 투쟁을 펼쳐나가고 있다.

금융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대해서 반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우려는 낙하산이다. 그간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권의 보은인사나 코드인사 등 모피아 낙하산 부대의 등장이 반복된다는데 있다.

어디서 본듯한 판박이다. 정권이 바뀌면 흠집을 찾아내 뒤흔든다. 버티다 결국 수장이 총대를 멘다. 그리고 낙하산이 앉는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사이 금융은 망가지고 만다.  

금융당국에 찍힌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2005~2007년 우리금융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이유로 물러나게 됐다. 금융당국은 1년 전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이 검사할 당시 문제없다고 결론을 뒤집으며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이란 중징계의 처벌을 내렸다. 황 회장은 KB금융 회장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KB금융지주 회장후보로 내정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은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 정부 압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금융당국은 회장 선임을 정기 주총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사회는 이를 거절했다. 미운 털이 박히게 된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이자 금융권 4대 천왕 중 한 명인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전 회장 등을 거치면서 리딩뱅크 자부심은 사라지고 만연 2위로 추락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갑작스런 사퇴 표명에 소문이 무성하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조사가 민간 금융회사까지 확대된 점은 무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국감을 통해 청탁 리스트가 공개된 후 일명 찌라시가 나돌았다. 단순한 가십성이 아닌 우리은행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 담겨졌다. 일각에서 우리은행의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8.52%)를 이용해 낙하산을 앉히려고 이번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모종의 회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철퇴 바람이 불면서 민간 출신 인사들이 전성기를 맞았다. 세 곳 모두 외풍을 차단하고 지배구조 체제를 갖추고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내부출신의 CEO를 선출했다. 풍부한 업무경험과 변화혁신 리더십을 통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임기를 앞두고선 외풍과 다른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단호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 일사천리로 경영승계에 진행된 곳이다. KB금융이나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모두가 외풍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사실로 볼때 데자뷰를 보는 듯 하다.

착한 낙하산은 없다. 더욱 낙하산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금융권은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과 오랜 시간동안 투쟁했다.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난 금융위기 등을 통해 충분히 학습한 까닭이다. 금융회사의 낙하산 인사를 통해 관피아, 모피아를 비롯한 특정집단이 장악할 경우 내부 감시와 견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회사들은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결과로 외환위기나 카드대란,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재난 수준의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됐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은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최대의 리스크이자 청산해야 할 적폐다. 금융권의 바람 잘 날 없는 흔들림이 노조의 욕심 때문에 혹은 새 정권의 보답 인사 결과로 점철된다는 점에서 금융산업의 건전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힘 있는 자들은 청탁을 그들만의 권리인 줄 안다. 그들이 문제다. 민간 금융기관을 흔들어 대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거나 무마시키려 한다면 지독한 적폐다. 그 틈을 비집고 보은인사를 앉히려는 시도는 기회주의적 적폐다.  

적폐청산이란 구호 뒤에 숨어 내부는 썩었으니 외부 인사만이 능사라고 이유를 대는 것은 금융 낙하산을 조장하는 것이고 적폐를 키우는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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