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방송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던 KBS의 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더 유닛)이 어째 방송을 시작한 뒤 화제성을 상실한 모양새다. 

티아라, 달샤벳, 파란, 유키스 등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전ㆍ현직 멤버들이 대거 출연, 다시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기회를 노리는 이 프로그램은 초반부터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유명 그룹들의 이름값으로 반짝 화제성만 챙긴 프로그램으로 막을 내리기 십상이다.

지난달 28일 KBS2를 통해 첫 방송된 ‘더 유닛’은 모두 28부작으로 기획돼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15분부터 2회씩 방송한다. 1회 시청률은 5.0%(닐슨코리아 전국), 2회는 6.2%를 기록했다. ‘더 유닛’ 첫방 이전까지 전파를 탔던 ‘배틀트립’이 3~4%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순조로웠다.

하지만 단 한 주 만에 분위기가 변했다. 4일 방송된 3회가 5.2%로 이전 회보다 1%p 시청률 하락한데 이어 4회는 4.7%로 ‘배틀트립’ 마지막회 시청률과 동률을 나타냈다. 실시간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SNS에서는 출연진 조합부터 편집, 심사평까지 다양한 부분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더 큰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이 때, ‘더 유닛’의 성공은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지금껏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등장하지 않은 가수 비를 심사위원 중심에 내세우며 일찌감치 화제성을 챙겼다. 잘 알려진 그룹의 멤버들이 나온다는 점도 프로그램을 기대케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생전 처음 보는 연습생들조차 그들이 땀 흘리고 노력하는 걸 보며 저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미 어느 정도 팬덤을 확보하고 대중과 친근감을 쌓은 이들이 재기에 도전한다는데 누가 쉽게 마음을 붙이지 못할까.

어쩌면 제작진도 이런 안일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참가자들에 대한 애정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편집부터 일관성 없는 심사 기준까지, 방송 초반 ‘더 유닛’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적어도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면 ‘더 유닛’의 참가자는 이미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이들로 한정됐어야 옳다. 최고참 심사위원인 비조차 방송을 시작하며 “참가자를 뽑는 기준은 딱 한 가지다. 얼마나 절실한가”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1회부터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인 이주현이 나오는가 하면 신인 배우 이정하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아이돌로 재기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아이돌로 데뷔하고 싶은’ 참가자였다. 그럼에도 ‘더 유닛’의 심사위원들은 이들에게 합격표를 줬다. ‘아이돌의 재기를 돕는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뿌리부터 흔들린 순간이었다.

선배 군단을 잡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은 카메라 앵글과 편집도 문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에게 마음을 붙이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더 유닛’은 출연진의 무대를 통으로 날려버리거나 이들의 무대를 바라보는 선배 군단의 리액션을 더 정성 들여 담는 등 시청자들에게 출연진의 무대와 매력에 집중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사랑과 인기를 얻지 못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결말은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아이돌 리부팅’이라는 슬로건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합격점을 남발하는 심사위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더 유닛’에 참가하는 출연진은 대부분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이들인 동시에 프로다. 프로라면 그 타이틀에 합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강점은 긴장감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른 긴장감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출연을 결심한 용기가 대단해서 합격을 주는 판정이 반복되는 ‘더 유닛’에 그런 긴장감은 없다.

사진=KBS2 '더 유닛'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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