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란제리 소녀시대’는 행복이라는 단어와 정말 잘 어울린다.”

배우 서영주에게 KBS2 종영극 ‘란제리 소녀시대’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작품이다. 그만큼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극중 서영주는 미팅에서 이정희(보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한 후 일편단심 짝사랑하는 고등학생 배동문을 연기했다. 우주소녀 보나를 비롯해 여회현, 채서진, 이종현 등 또래들과 촬영은 늘 즐거웠다. 덕분에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도 빨리 떨쳐 버릴 수 있었다. 4%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화제성만큼은 최고였다.

“시청률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점점 오르지 않았냐. 포털 사이트 실시간 토크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남동’(어차피 남편은 배동문)이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나온 단어 아니냐. 반응이 좋아서 행복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제2의 ‘응답하라’ ‘써니’로 불렸다. 서영주 역시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택 캐릭터를 참고했다. 박보검의 연기를 무조건 따라한 건 아니었다. “택이 덕선(혜리)을 짝사랑하는 감정선이 좋았다. 동문이는 정희를 짝사랑했지만 할 말은 다했다. 정희가 ‘왜 왔냐?’고 물으면 ‘너 보러 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감정에 되게 솔직한 친구”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1998년생인 서영주는 올해 갓 스무 살이 됐다. 사랑 경험이 많지 않지만 “누군가 짝사랑한 적은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그래도 “동문이처럼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본적은 없다”며 부끄러워했다. 이상형은 “정희처럼 털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긴 생머리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서도 “얼굴은 전혀 안 본다”고 강조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가족 같은 작품이다. 촬영하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무엇보다 “밥 먹을 때였다. 촬영이 힘들지 않냐? 밥 먹으면 다시 힘이 났다. 다 밥심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해맑게 웃었다. 그러면서 “상상신 찍을 때 재미있었다. 상상신에서 동문이 쌍절봉을 잘 돌리는 걸로 나왔는데 처음엔 부끄럽더라. 회현이 형 상상신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사투리 연기는 쉽지 않았다. 대구 출신인 보나가 가장 큰 힘이 됐다. “누나가 정말 많이 도와줬다. 2017년도와 1970년대의 사투리는 또 다르지 않냐. 감독님과 누나에게 수시로 물어보면서 연기했다. 근데 중간에 보나 누나도 연기하면서 서울말을 쓰긴 하더라. 누나한테 틀렸다고 할 순 없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회에서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정희는 손진(여회현)이 아닌 동문과 이뤄졌다. 서영주는 “솔직히 정희와 안 이뤄질 줄 알았다. 결말은 완전 마음에 들었다”며 행복해했다. 가장 좋아하는 신으로는 3회 엔딩을 꼽았다. “다리 위에서 우산을 들고 정희에게 가는 신이었다. 우산이라는 한 공간 안에 동문이와 정희가 같이 있는 게 좋았다. 정희가 동문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생인 서영주에게 1970년대 시대적 배경도 새로웠을 터. “교련시간이 있는 게 신기했다. 통금시간도 처음 들어봤다. 어머니가 정해준 통금시간이 있긴 했다. 오후 8~9시까지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없어졌다”고 웃었다.

서영주는 2011년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로 데뷔, 벌써 7년차다. 10대 때부터 연기활동을 하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거듭났다. 2012년 만 열 네 살의 나이에 영화 ‘범죄소년’으로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때 정말 행복했다. 일본 영화제는 처음이었고, 상을 받는 줄도 몰랐다. 어린 나이에 상을 받아서 정말 얼떨떨했다. 데뷔 후 슬럼프에 빠지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점점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

‘연기 천재’로 불리는 서영주도 일상에서는 영락없는 20대 소년이었다. 인터뷰 내내 연기 관련해서는 진지한 답변을 내놓다가도 일상 얘기에서는 아이처럼 순수했다. 배우 서영주가 아닌 학생 서영주로 돌아가는 시간이라며 “일상에선 친구들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하다. 남들과 다른 게 없다. 지금은 친구들이 거의 다 군대에 갔다”고 아쉬워했다.

서영주는 인기를 좇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드라마, 영화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어떤 수식어를 갖는 게 부끄럽다. 항상 연기를 소중히 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 ‘연기를 소중하게, 또 열심히 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조금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가 많았는데,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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