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우리은행장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내부 출신일지 외부 출신일지도 말이 많은 가운데, 내부 출신의 경우에도 행내 상업은행·한일은행 중 어느 계파 출신이 오를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난 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 행장의 일상적인 은행장 업무를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 부문장에게 위양했다. 이날 관심이 쏠렸던 임추위 구성은 다음 이사회로 미루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임추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임추위가 구성되면 차기 행장 후보자의 자격 요건과 검증 방법을 정하게 된다.

일단 세간에 도는 하마평은 우리은행 내·외부 출신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예기치 못하게 CEO 리스크에 직면한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과, 이번 사태가 두 은행 간 갈등에서 비롯된 만큼 멀리 본다면 외부 인사 선임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내부에서도 계파가 갈린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번갈아 가며 수장 자리에 올랐다. 이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었고, 이 행장의 전임인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역시 상업은행 출신이어서 차기 행장이 내부에서 선임된다면 이번에는 한일은행 출신이 행장 자리에 오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행내에서 차기 행장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인사는 손 부문장과 정원재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장,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일은행으로 입행한 인사라는 점이다.

손 부문장은 LA지점장 등을 거친 글로벌 분야 전문가다.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왔다.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호남 출신 인사다. 정원재 그룹장은 천안 상고를 나왔다. 우리은행 부행장급 임원 중 유일한 고졸 인사다.

올해 초 행장 선임 당시 이 행장과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동건 전 그룹장과 김승규 전 부사장도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그룹장은 경북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 행장 전임인 이순우 행장 시절 수석부행장을 역임해 차기 행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인물이다. 김 전 부사장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한일은행 입행 후 우리금융지주 전략·재무 담당 부사장, 우리은행 경영지언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매번 행장 인사마다 반복되는 ‘해묵은 계파’ 논란을 외부 인사 기용을 통해 씻을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업은행 출신이 연이어 행장 자리에 오른 것을 달래기 위해 한일은행 출신 행장을 기용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갈등만 봉합하는 미봉책이라는 얘기다.

현재 언급되는 외부 인사는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정도다. 박 전 행장은 계열사인 경남은행을 이끌어 우리은행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전 사장의 경우 현재 우리은행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신 전 사장이 행장이 된다면 행장을 뽑는 사외이사가 스스로 행장이 되는 셈이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인사 때마다 계파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며 “정부 발(發) 낙하산 얘기도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방향이 어떻게 잡히는가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행장 선임 때마다 내부 외부 관계없이 특정 계파에 줄대기가 만연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아직은 정부가 최대 주주인 민영화 단계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오롯이 은행 정상화를 위한 사람인지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합쳐질 때 조직문화까지 합쳐져야 하는 어려운 난제가 있는데 나중에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은행처럼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은행 스스로가 (계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없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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