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선' 이서원-하지원(왼쪽), '블랙' 고아라-송승헌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연상연하 포용 범위는 어디까지?’

드라마 속 커플들의 실제 나이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열두 살 연상은 기본, 많게는 스무 살까지 차이가 연인이 된다. 연인보다 ‘삼촌 혹은 이모와 조카와 가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배우 하지원과 이서원은 열아홉 살 연상연하 커플 연기를 펼쳤다. 하지원은 지난 2일 종영한 MBC 드라마 ‘병원선’에서 이서원, 강민혁과 멜로 호흡을 맞췄다. 강민혁 역시 하지원 보다 열세 살 연하였다. 하지원은 제작발표회에서 “나이 차이가 많지만 촬영할 땐 캐릭터에 집중하기 때문에 낯설거나 부담스러운 건 없다. 두 명 모두 캐릭터와 잘 어울리더라. 호흡이 잘 맞는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캐릭터의 나이 설정과 실제 배우들의 나이 차로 오는 거리감은 지울 수 없다. 세 사람은 드라마에서 모두 30대를 연기했다. 올해 마흔인 하지원이 아무리 동안 외모를 자랑해도 이서원과 큰 나이차는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20대의 이서원과 강민혁 역시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여 삼각관계의 러브라인은 더욱 집중할 수 없었다.

송승헌과 고아라는 이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OCN 주말극 ‘블랙’에서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은 실제로 열네 살 차이가 난다. 송승헌은 “그렇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지 몰랐다. 전혀 세대 차를 못 느꼈다”고 강조했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다. ‘블랙’은 죽음을 지키려는 저승사자 블랙(송승헌)과 죽음을 예측하는 여자 하람(고아라)이 천계의 룰을 어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장르물 특성상 멜로가 주된 소재가 아니므로 주인공의 나이차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극중 블랙이 인간화되면서 하람과 러브라인이 본격화되면 두 사람의 케미를 장담할 수는 없다.

'미스터 선샤인' 이병헌(왼쪽), 김태리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선샤인’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남자주인공 이병헌은 여주인공 김태리보다 무려 스무 살이나 많다. 두 사람은 지난해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나란히 남자연기자상과 여자 신인연기자상을 받았다. 김은숙 작가와 제작사 화앤담픽쳐스는 당시 두 사람의 투샷을 보고 “순간의 케미를 포착했다”며 캐스팅에 만족감을 표했다. 쉰을 앞둔 이병헌과 딸 같은 김태리의 케미에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많다. “이병헌이 89학번인데 김태리가 1990년생”이라며 삼촌과 조카를 넘어 ‘아빠와 딸’수준이라며 나이 차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주인공의 나이차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제작사들은 “작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았다. 지상파 채널의 8시, 9시 뉴스에서 나이 많은 남자 앵커와 어린 여자 앵커를 매치시키는 점과 비슷한 경우다. 연륜 있는 남자배우와 신선한 여배우의 조합으로 작품의 균형을 잡아주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군입대로 인한 남자배우들의 기근 현상도 큰 이유로 꼽힌다. 현재 이민호, 김수현, 주원, 임시완, 강하늘, 지창욱, 이준, 옥택연, 이수혁 등이 군복무 중이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입대해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 배우들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여배우들은 마흔이 넘어도 완벽한 자기 관리로 20대 못지않은 외모를 자랑해 열 살 연하 남자 배우들과 호흡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게 일반적이다. 사진=OSEN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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