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옥'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영화 ‘미옥’(9일 개봉)은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액션에 누아르라는 장르의 특수성,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김혜수의 컴백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미옥’은 캐릭터의 강렬함도, 장르적인 매력도 찾아볼 수 없어 끝없는 아쉬움만 자아냈다.

‘미옥’에는 세 캐릭터가 등장한다. 범죄 집단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운 실세 나현정(김혜수), 나현정을 흠모하는 조직의 실무 담당자 임상훈(이선균), 법조계의 떠오르는 스타 검사 최대식(이희준)이다.

나현정은 수십 년간 몸담았던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나현정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마지막으로 처리할 인물은 최대식이다. 나현정은 최대식에게 ‘성 접대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한다. 압박에 괴로워하던 최대식은 임상훈에게 나현정의 비밀을 누설한다. 임상훈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나현정과 조직의 보스 김재철(최무성)의 관계에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한다. 질투와 집착에 눈 먼 임상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현정을 옥죄기 시작한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결국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메가폰을 잡은 이안규 감독은 이런 스토리를 통해 어둠의 조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누아르 장르가 선사하는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아쉽게도 전혀 영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체적일 것만 같은 조직계의 2인자 여성 보스 나현정은 모든 상황에 수동적이고 차분하다. 액션신도 그리 많지 않다. 김혜수만의 ‘날고 뛰는’ 액션을 기대했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울 수 있다. 여기에 전혀 감정 몰입이 되지 않는 임상훈의 과한 집착과 폭력성이 불쾌함을 더한다. 이들의 관계를 틀어지게 만든 장본인 최대식 역시 별다른 긴장감을 부여하지 못한다.

물론 기존의 누아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들은 모두 담겼다. 폭력, 섹스, 마약 등이 난무하고 사랑, 질투, 복수, 모성애 등의 감정까지 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이 되지 않는 이유는 거하게 투입된 설정들이 ‘물과 기름’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초반에 강조되는 나체의 여성들의 정재계 인사 성 접대하는 장면에서는 유독 적나라한 카메라 앵글 탓에 매우 불쾌함이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예측 가능한 전개와 올드한 연출 역시 식상함을 자아낸다. 어디선가 이미 본 것 같은 장면들의 향연과 예측 가능한 결말이 영화의 오점이다. 특히 여성을 내세운 영화지만 여성에 대한 시각이 뒤떨어진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력이 겨우 영화적 가치의 이유다. 머리를 하얗게 탈색하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총을 쏘아대는 김혜수의 연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마치 실제로 있을 법한 이선균만의 ‘양아치’ 캐릭터 구축, 이희준만의 위트 있는 ‘밉상’ 연기 역시 볼만하다.

사진='미옥' 스틸 및 포스터

양지원 기자

키워드

#미옥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