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연내 한 차례의 유상증자(유증)를 진행하려고 했던 K뱅크(케이뱅크)가 플랜B를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의 수장이 공석이 되면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지난 1차 유증보다 규모가 더 크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우리은행의 참여가 난항을 겪을 경우 두 번째 실탄을 장전할 다른 방법을 찾는 케이뱅크의 플랜B에 쏠리게 됐다.

심성훈 K뱅크(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2차 자본확충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9월 말 1,000억원 1차 증자를 마무리하고 연내 1,500억원 가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납입 완료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12월 말이나 1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지분은 KT와 KG이니시스가 8%, 우리은행·GS리테일·NH투자증권·다날·한화생명보험 등 5개사가 각각 10%를, 나머지 잔여 지분을 총 13개 주주가 1%~4%까지 보유하고 있다.

2차 증자를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이 이번 증자에 앞서 행장 공석 상태가 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산분리법에 막혀 KT는 지분 확보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케이뱅크로서는 우리은행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행장 선임 등 내부 현안이 많아 당장 케이뱅크의 증자를 우선순위에 올리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증자 관련 세부 계획안이 나오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 주주들은 지분을 엇비슷하게 갖고 있어 10%가 적지는 않다”면서도 “증자 참여 여부는 우리은행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지난 1차 유증 때보다 이번 증자가 힘겨워질 경우, 케이뱅크가 선택할 수 있는 답안지는 두 개다. 새로운 주주를 모시거나 보통주가 아닌 전환주로 가져가는 방법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도 지난 9월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20개 주주사 중에 일부는 연말 증자에도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제3자 증자 방식으로 새로운 주주를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이미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 참여 의사를 묻고 있고, 실권주 발생을 대비해 신규 투자자 물색에도 착수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기존 주주사들의 실무자 선에서 (증자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으며 우리에 관심있는 곳들이 있어 시장 상황도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차 유증에서 케이뱅크는 19개 주주사에 지분 비율대로 배정했다. 그러나 7개 주주사가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나머지 12개 주주사에서 728억원만 조달됐다. 모자라는 272억원 중 부동산전문기업 엠디엠(MDM)이 약 140억원을 투자했고, 남은 132억원 어치 주식은 KT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의결권 없는 전환주 방식으로 인수했다.

케이뱅크의 두 번째 유증 시도에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이미 1차 증자가 힘겨웠고 카카오뱅크처럼 대주주가 없어서 매번 증자 때마다 이런 고충이 있을 것”이라면서 “자금여력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소액주주들이 증자에 부담을 느낄 때마다 KT나 우리은행이 백기사로 나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기에 앞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가 인·허가 관련 특혜 지적을 받은 부분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2차 증자) 참여 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특혜 의혹이 먼저 풀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