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관련 운용사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은 헤지펀드를 가장한 절대수익추구형 펀드에 불과합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으로 보면, 자기자금이 30~50%가량 들어가 있어야하고 시장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전략에 제한이 없어야 진정한 헤지펀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업계에서 운용사를 중심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진정한 헤지펀드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동훈 NH투자증권 헤지펀드 본부장/사진=NH투자증권

이 본부장은 “미국에서는 골드만삭스 등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 “헤지펀드에는 필수로 자기자본이 투입돼 있어야 하고, 이를 몸집이 작은 운용사가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에 자기자본이 투입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기관투자자에 믿음을 주고 책임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NH투자증권 헤지펀드 NH앱솔루트리턴 헤지펀드 제1호는 내부자금 2,000억원에 기관투자자 자금 900억원을 모아 총 2,900억원으로 출발했다.

이 펀드 최소가입 금액은 50억원으로 일반 개인투자자가 가입하는 어렵다.

그런데 현재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 가능한 자기자본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운용사 수준에서 이렇게 큰 내부자금을 펀드에 투입하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골드만삭스 등 초대형 IB 위주로 헤지펀드 시장이 형성된 이유다.

때문에 헤지펀드는 주로 자기자본을 매매하는 프랍트레이딩 부서에서 출발한다. 일단 자기자본을 굴리다가 수익률이 좋으면 기관투자자 자금을 얹히는 식이다. 이 본부장 역시 프랍트레이딩 본부장을 지냈다.

또, 대다수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롱숏펀드(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하고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숏)하는 전략 사용)에 머물러 있지만 이 펀드는 10여개 전략을 쓴다.

이 본부장은 “시장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고 벤치마크를 추종하거나, 수익률을 조금 더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 헤지펀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장 리스크 회피를 위한 자유로운 전략 활용을 위해 개인 투자자 자금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 펀드 설정액은 4,329억원(이하 13일 기준)이지만 NH투자증권 헤지펀드본부 23명의 직원이 매달린다.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도 수명의 펀드매니저가 관리하는 업계 현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관투자자로부터 기본보수 2%에 성과보수 20%로 업계 2배 이상의 수수료를 받기에 가능하다. 또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펀드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자기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일이어서 많은 인력을 투입할 정당성이 있다.

이 펀드는 올해 들어 10.27%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안정성 면에서는 헤지펀드 중 최상급에 속한다.

이 본부장은 “이 펀드 변동률은 올해 4% 수준에 그쳤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고수익보다 안정적으로 연 5~6%정도의 수익률을 원한다”면서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라고 불리는 펀드는 대부분 전략이 다양하지 못해 절대수익추구형 일반 펀드로 볼 수 있다”고 다시 언급했다.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기 위해 NH앱솔루트리턴 헤지펀드 제1호는 현재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중단) 상태다. 내년에는 기관자금 2,000억원을 더 받고 NH투자증권 자체자금 1,000억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농민에 뿌리를 두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다. 이 펀드를 1조원 수준으로 키워 국내 연기금 등이 해외 헤지펀드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줄이는 ‘애국적’ 운용도 계획 중이다.

이 본부장은 “국내 증시는 시장이 작아 헤지펀드가 시장 리스크 회피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해외투자 전문 헤지펀드 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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