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0.2%포인트 올렸다. 내년 성장률은 3.0% 전망을 유지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IMF 미션단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1일부터 한국 정부 등과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IMF는 우선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3.2%로 또다시 0.2%포인트(p) 상향조정했다. 앞서 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월 전망 대비 0.3%포인트와 0.2%포인트 높인 각각 3.0%를 제시했다.

IMF는 "한국의 단기전망은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에도 개선되고 있다"며 "경제성장은 2016년 하반기의 둔화 이후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경기 회복세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역대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 및 장기 채권수익률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IMF는 "경기순환적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3.2%, 내년 3.0%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6%로 예상했으며, 가계부채는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이지만 현재까지는 거시건전성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그러나 한국경제가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견조하고 지속가능한 장기성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의 7%에서 3% 이하로 하락했다"면서 이는 부정적인 인구구조 및 생산성 증가 둔화,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현저하게 높은 노인 빈곤, 청년 실업 문제에다 불충분한 사회안전망, 노동시장 및 대기업·중소기업 이중구조가 이러한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IMF는 재정정책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과도한 대외 불균형을 감소시키기 위해 더욱 확장적인 기조를 보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맞춤 지원, 보육관련 지출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을 포함한 사회보장정책, 구조개혁에 대한 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또 "한국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한 수준인데다 GDP갭은 마이너스 상태인 만큼 '조기의 결단력 있는 재정기조 완화'는 정책조합의 재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최근 경제성장 모멘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구조개혁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미국의 50% 정도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는 고용 증대와 생산성 향상이 정책의 우선 순위"라며 "상품시장 및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 여성 노동시장 참가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정규직에 대한 유연성 확대, 실업자에 대한 강력하고 포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축으로 하는 유연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유연안정성 기본 원칙은 일자리가 아닌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회참여자들의 신뢰와 주인의식, 사회적 대화에 있어 비노동조합 근로자, 중기 및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IMF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 지원 및 생산성 증대 정책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이 10년 이내에 OECD 기술선진국과 격차를 없애는 수준으로 규제 부담을 추가적으로 완화할 경우 10년간 연간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브리핑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내년 전망치가 낮은 것에 대해 "내년에도 3.2%를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있었다"면서 "한국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취하는 조치, 고용창출 조치 등 긍적적 요인이 많아 내년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좋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서는 "금리를 두 번 인상해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인구구조 문제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맞벌이가 늘어날수록 노동유연성 역시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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