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오는 20일로 다가온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노조)가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안건이 주총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노조가 상정한 안은 제3호 안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제 4호 안건 ‘정관 일부 개정 건’이다. 하지만 의결권을 가진 기관들과 외국인 주주들이 두 제안들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박홍배(왼쪽 두 번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등이 21일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사옥 내에 있는 KB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에게 주주 제안서와 주식 위임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허인 국민은행장 선임 안건과 KB노조의 상정안 등을 임시주총에 올리기로 했다.

KB노조는 지난 6일부터 경영 참여를 위한 의결권 모으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지난 1일 의결권 대리행사 요청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6일부터 KB금융 주식을 3,000주 이상 소유한 주주와 1주 이상 소유한 계열사 임직원 전원을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중이다. 15일까지 외국인 주주를 비롯해 의결권 위임을 위한 위임장을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노조 측이 주주제안을 통해 올린 2개 안건 중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참여연대 출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이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했으며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기 전에 노조 추천을 받아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KB노조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도록 이사회 규정 개정도 제안했다. 위원회에서 당연직 위원으로 돼있는 대표이사(회장)를 제외해 독립성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안건이라는 것이 KB노조 측의 설명이다.

금융권 최초로 노조안건이 주총에 상정하는데 성공했지만, 노조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애초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최대주주가 4,047만9,793주(9.68%)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지만, 외국인 주주의 비중은 70%에 육박해 이들의 의중에 따라 주주총회 결과가 결정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가 노조 측 주주제안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노조 측 안건 통과가 한층 어려워졌다. 외국인 주주의 경우 통상 노조의 경영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시 이 의견을 참고하기 때문에 노조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KB금융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참여 배제를 위한 정관 변경 등 2개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윤종규 회장 연임과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밝혔다.

ISS는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과거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는 반대 이유를 내놨다.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것은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노조의 안건에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문사들의 분석을 참고해 투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SS의 의견이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이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영향까지는 아니고 참고는 될 수 있다”며 “말 그대로 ISS가 ‘자문사’이고 결정은 (국민연금)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금융권에서도 대체적으로 노조 측 제안이 주총 문턱을 넘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들이 노조 측 안건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특히 외국인 주주의 경우 노조의 활동은 장려하고 인정하지만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노동이사제와 같이 법제화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주주제안으로 들어온 안건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이 봤을 때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기 때문에 KB 지배구조의 안정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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