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서연]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의 후임을 결정짓는 선출 작업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기 전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옛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첫 이사회는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은행장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비교적 가벼운 자리였다. 최종후보군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정기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사진=연합뉴스

은행연합회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신라호텔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을 추천받는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등 11명 이사 가운데 8명만 참석했다. 이번 달 초 사임 의사를 밝힌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해외 출장 중인 박진회 씨티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등 3명은 불참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이날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받았다.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최종후보군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사들의 의견이 갈릴 경우에는 정기 이사회에서 복수 후보 명단을 결정짓고 추후 최종 후보를 한 번 더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의 관심은 차기 회장이 민간 출신인지 관료 출신인지 쏠려있다. 은행연합회 이사로 참여하는 은행장들은 그동안 민·관 출신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인물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겠다는데 의견을 같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홍재형(79) 전 부총리,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69)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윤용로(62) 전 기업은행장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홍 전 총리와 김 전 총재, 신 전 사장 3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전 부총리는 재무부 출신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부총리 겸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1990년대 초반에 수출입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을 지냈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정계에 몸을 담았다. 지난 달 31일 손해보험협회장에 재무부 출신 관료가 선임됨에 따라 은행연합회장으로 홍 전 부총리가 유력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재는 행시 13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재무부, 재정경제원, 금융감독원 등을 거쳤으며 최근에는 코리안리와 한화의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전 행장은 재무부,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치고 중소기업은행장, 외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기업금융부문 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들은 재무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홍 전 부총리와 김 전 총재의 경우 ‘OB(올드보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 때문에 옛 인사가 수장이 돼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정부 또는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핀테크 시대인데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은 20년 전에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라며 “이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최근 손해보험협회에 이어 은행연합회까지 재무부 출신의 올드보이가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민간 출신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신 전 사장은 지난 2010년 이른바 ‘신한 사태’에 휘말려 퇴진하고 당시 경영자문료 횡령,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3월 일부 횡령 혐의만 제외하고 무죄가 확정됐다. 신 전 사장은 우리은행 사외이사로서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도 올라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어떤 인물을 추천할지가 (인사) 포인트”라며 “관료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오면서 민간(출신) 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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