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뒷담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관계에서 도망쳐도 존재는 남는다
[영화 뒷담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관계에서 도망쳐도 존재는 남는다
  • 이성봉 기자
  • 승인 2017.11.16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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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한국스포츠경제 이성봉]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제목에 놀랄 필요 없다. 영화가 끝나면 당신도 누군가의 췌장을 먹고 싶어 질 테니까. 아마도 우리 엄마는 내 췌장을 먹고 싶을 거다. 나는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구들 췌장까지도 먹고 싶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야기를 모른다면 '이게 무슨 소름 끼치는 얘기야'하고 끔찍해하겠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킥킥거리며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원작이 있다. 2015년 발매된 스미노 요루의 동명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0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원작의 인기로 만화책이 출간됐고, 영화도 제작됐다. 이미 애니메이션도 제작에 들어가 2018년에 개봉 예정이다.

책을 좋아하는 소년(키타무라 타쿠미)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외톨이다. 어느 날 병원에서 비밀스러운 일기를 읽었다. 일기의 주인은 학교 최고의 인기 소녀 사쿠라(하마베 미나미)다. 일기에는 사쿠라가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환자라는 사실과 그녀의 하루하루 생각이 적혀있다. 사쿠라는 소년에게 제안한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자고.  얼떨결에 이를 받아들인 소년은 사쿠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하지만 추억이 쌓일수록 예정된 이별이 다가온다.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 말은 곧 죽음이 예정된 소녀의 열망이자 가장 가슴 아픈 사랑고백이다. 일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동물의 신체 부위를 먹으면 아픈 부위가 낫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사쿠라는 시한부 삶에도 언제나 밝다. 그녀는 소년에게 “췌장은 네가 먹어도 좋아”라며 “누군가가 먹어주면 그 영혼이 그 사람 안에 계속 산다는 신앙도 외국에는 있다던데”라고 말한다. 어느 날 사쿠라는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해 방학 내내 퇴원하지 못했다. 둘은 퇴원하자마자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데이트 장소에서 기다리던 소년은 자신을 칭찬하라는 사쿠라의 문자에 한참을 고민한다. 그녀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해 칭찬할 거리가 너무 많았던 소년은 수많은 말을 적었다. 하지만 결국 다 지웠다. 가장 그녀를 기쁘게 할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던 그는 짧은 문자를 보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소년은 누구보다 그녀의 췌장을 먹고 싶었다.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던 소년은 사쿠라의 입원 기간이 길어지자 걱정하기 시작한다. “혹시 안 좋은 곳이 없어지면 죽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이라도 먹어 줄까?” 소년의 말에 사쿠라는 “내가 살아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묻는다. 무뚝뚝하던 소년이 변했다.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소년의 말은 사쿠라를 둘러싼 불행한 모든 것을 없애고 싶다는 가장 순수한 고백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끝이 보이는 관계에서 우리는 어땠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몸이 아픈 여자와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가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주인공 츠네오는 스스로 걷지 못하는 장애인 조제와 사랑을 시작하면서도 언젠간 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조제 또한 그런 츠네오의 마음을 알고 있다. 결국 츠네오는 관계에서 도망쳤다. “담백한 이별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 댈 수 있지만, 사실은 단 하나 뿐이었다. 내가 도망쳤다”라고 말하면서 그는 길거리 가드레일을 붙잡고 통곡한다.

이와 달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끝이 보이는 관계에서 도망치지 않는 이야기다. 수도 없이 도망쳤던 지난 관계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 많았던 이별의 이유는 이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고작 1년 남은 삶에서 함께 하고 싶었던 소년과 시간을 보내는 사쿠라. 시한부 사쿠라를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먹어 없애고 싶은 소년. 어쩌면 사쿠라는 소년에게, 소년은 사쿠라에게 서로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었을지도. 둘은 서로가 연인이나 친구가 되길 바라지 않았다. 수많은 친구들 중 한 명, 지나간 연인들 중 한 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이였다. 관계에서 도망쳐도 존재는 남는다. 츠네오는 관계에서 도망치고 괴로웠다. 사쿠라와 소년은 도망칠 생각이 없다. 온전히 존재를 받아들인 이들이 던지는 이 말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사진 =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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