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민(왼쪽)-김다영 기수. /사진=한국마사회

[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기수’라는 직업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다. 그런데 ‘말[馬]’하면 떠오르는 제주도에는 한국 경마 최초로 부부의 연을 맺은 한영민(37)-김다영(31) 기수가 있다.

1999년 데뷔한 한영민 기수는 최근 들어 18년간의 기수 생활 중 그야말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2016년에만 ‘JIBS배’, ‘KCTV배’, ‘제주마 브리더스컵’ 등 총 3번의 대상경주 우승과 500승 달성 등 높은 성적을 연달아 올렸다. 또한 작년에는 1년간의 성적을 통틀어 뽑는 ‘렛츠런파크 제주의 최고 기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기수로서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 그는 올해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았다. 데뷔 연도가 한참 차이 나는 선후배로 만난 김다영 기수와 2014년 결혼해 결실이 탄생했다.

한영민 기수는 조용하고 꼼꼼한 성격, 김다영 기수는 활발하고 밝은 성격으로 서로 정반대이지만 둘은 오히려 서로에게 없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이후 기수로서 힘든 점을 서로 상담하며 연인으로 발전했고, 한국경마 최초의 부부 기수로 화제를 모았다.

김다영 기수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한양대 무용과 수석 졸업 후 국내 최고인 ‘국수호 디딤무용단’에 입단하는 등 무용 엘리트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제주경마 기수 후보생 원서접수 마감일이 3일 남았을 때 돌연 원서를 냈다. 작은 키 때문에 무용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역할밖에 들어오지 않는 등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4세의 나이로 1년의 교육 과정을 거친 뒤 제주도 기수로 데뷔했다. 이후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눈부신 행보를 이어가던 김다영 기수는 지난해 7월 9일 경주에서 우승한 후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갔는데, 경사스럽게도 임신 4주차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결혼 후 2년 만에 찾아온 아기라 정말 기뻤어요. 1등을 한 경주에 함께한 아이이기 때문에 태명을 ‘일등이’라고 지었는데, 일등이가 뱃 속에 있는 동안 남편 역시 대상경주에서 연달아 우승하고 최우수 기수까지 되는 등 높은 성적을 올렸어요.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일등이가 그 영광을 선물해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경마장을 떠났던 김다영 기수는 지난 10월 20일 ‘사랑꾼’을 타고 복귀 첫 경주를 치르며 제주 경마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부부 기수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무엇일까. 김다영 기수는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서로 힘든 점을 많이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경주마들을 조교하고 매주 경주에 나가는 만큼 기수는 체력적으로 힘든 직업인데, 둘 다 서로의 고충을 잘 아니까 이해해줄 수 있죠. 또 같은 직업군의 선배를 남편으로 두다 보니 잘못된 진로 변경이나, 다른 기수를 방해하는 등의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 잡아주는 것도 좋고요.”

결혼이 기수로서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한영민 기수는 결혼 후 쭉 상승세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는 “평소 경주를 앞두고 예민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결혼 후 심리적으로 많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가족이 생기니 전보다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좀 더 경주에 간절하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한영민 기수의 설명이다.

이렇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부이지만 같은 경주에 나가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응원해주는 팬들도 있지만 간혹 ‘부부라서 봐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 승부를 펼친다. 둘 다 인기마를 탄 날에는 더욱 집중한다. 한영민 기수는 과다 채찍으로 제재를 받은 적도 있을 정도다. 물론 경주가 끝난 후에는 서로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위로해 주고, 우승하면 서로 축하해주는 사이 좋은 부부로 돌아간다. 한영민-김다영 기수는 그렇게 제주 대표 부부 기수로 한국 경마의 새로운 역사를 펼쳐나가고 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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