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지진, 한반도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 높아…대비 안 하면 ‘와르르’

[한스경제 최형호] “쿵쾅쿵쾅쿵쿵”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 경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는 쿵쿵하는 소리와 강한 진동이 사방을 흔들었다. 공포에 휩싸인 시민은 난관을 붙잡고 흔들리는 지진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고 생사의 갈림길을 스스로 대처해야 했다. 이 지진은 규모 5.4 로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 시내 일부 아파트가 기울어졌고, 외벽에 균열이 생겼으며 원룸 필로티는 젓가락처럼 휘었다.

현재 내진 설계된 아파트는 진도 5.0 이하의 약진에만 견딜 뿐 이번 포항 지진에서 봐왔듯, 강진에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진으로 인해 포항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파편이 뒹굴고 있는 모습. 제공=연합뉴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기울어지고 균열된 아파트, 휘어진 원룸 등의 건축물들은 모두 내진설계로 지어졌음에도 불구, 이번 지진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현재 내진 설계된 아파트는 진도 5.0 이하의 약진에만 견딜 뿐 이번 포항 지진에서 봐왔듯,  강진에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건 1988년부터인데, 당시 6층 이상 또는 10만㎡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경우 내진설계는 필수였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국내는 지진에 피해가 없는 나라로 인식, 지진에 버틸 수 있는 기준을 진도 5.0으로 규정했다.

즉 당시 규정에 맞게 지어진 30년 미만, 6층 이상 아파트라면 이번처럼 지진 규모가 5.0을 넘을 경우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건축물의 20.6%(56만3316동)만이 내진설계로 지어져 향후 포항이나 경주에서처럼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붕괴 가능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제 기상 전문가들은 국내도 진도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례로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기상청은 이보다 규모가 큰 지진의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건축물 내진설계는 현재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의 내구설계를 살펴보면 내진 설계기준 대상을 2015년 3층 이상ㆍ500㎡ 이상 규모 5.5~6.5 지진에 대비하도록 강화됐다.

이 때문에 향후 진도 6.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건물이 휘어지는 ‘아찔한 곡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앞으로 경주나 포항에서처럼 강도 높은 지진은 한반도에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한국지진연구소 관계자는 “포항 지진 진원은 경주 지진에서 봤듯 지질구조 문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포항지진은 서울에서 진앙거리가 경주지진보다 더 가까워 전국적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급하는 아파트는 지진 규모 6.0~6.5를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지만 더욱 규모 높은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더욱 견고한 내진설계가 필수”라며 “지진이 빈번한 일본은 주요 건축물에 내진설계 뿐만 아니라 제진설계, 면진설계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지진을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다”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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